'트럼프 재선' 美 IT 산업엔 어떤 후폭풍?

소셜 플랫폼 규제 본격화 가능성…디지털 격차 해소 난망

방송/통신입력 :2020/09/22 10:5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근 미국 정가의 최대 관심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원 판사 사망 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진보적인 여성 법관인 긴즈버그의 빈자리를 보수 법관으로 채우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상대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한 때 바이든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최근 들어 격차가 좁혀지면서 트럼프 재선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과 갈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다. 상대적으로 IT 쪽은 관심도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 분야 역시 트럼프의 행보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 IT매체 씨넷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IT 업계에 미칠 수 있는 쟁점을 정리했다.

(사진=씨넷)

'통신품위법' 230조와 소셜 플랫폼 규제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망중립성 문제’였다. 오바마 시절 유무선에 대해 강력하게 적용했던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해버렸다.

오바마 행정부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통신법 706조 타이틀1(정보서비스)으로 분류돼 있던 유무선 ISP를 타이틀2(유선서비스)로 재분류했다. 타이틀2로 분류된 사업인 ‘커먼캐리어’ 의무가 지게 된다. 이 때문에 차별금지, 차단금지를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원칙이 적용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유무선 ISP를 또 다시 타이틀1으로 회귀시켜버렸다. 망중립성 의무를 면제해준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트럼프는 인터넷이나 통신 쪽 ‘규제 완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공론장 역할을 하는 소셜 미디어 쪽엔 오히려 새로운 규제를 씌울 움직임을 보인다.

(사진=씨넷)

대표적인 것이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230조다. 트럼프는 플랫폼 사업자의 면책 조항인 통신품위법 230조 폐기를 꾀하고 있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기업이 제3자가 올리는 유해물 또는 명예훼손의 게시물로 인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면책규정이다.

트럼프는 지난 5월 행정명령을 통해 통신품위법 230조를 재해석 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행보는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속셈이다.

그 동안 트럼프는 거대 소셜 미디어들이 편향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보수 쪽보다는 진보적인 관점을 우선 노출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또 FCC에도 권한을 이용해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의 법적 보호를 제한하라고 요구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엔 ‘통신품위법 230조’와 소셜 미디어 규제 문제가 계속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무역 전쟁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IT 기업들에 대해 강한 공세를 펼쳐 왔다. 화웨이가 주된 타깃이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선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을 집중 견제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미국 정부의 압박 때문에 틱톡 미국 사업 부문을 사실상 매각했다.

틱톡은 오라클과 월마트 컨소시엄이 틱톡 지분 20% 가량을 매입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제재 칼날은 화웨이, 틱톡 선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일부 매체에서는 중국 드론 전문업체 DJI의 미국 부품 의존이 심하다나는 기사를 내놓고 있다.

(사진=씨넷)

트럼프가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명분은 국가 안보 위협이다. 화웨이, 틱톡 같은 기업들이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공세와 함께 중국산 수입 규제 조치도 계속 내놓고 있다. 이미 지난 해 1천250억 달러 어치 가량의 중국산 물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했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같은 물품에 대해서도 15%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타협으로 일단 보류됐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과의 무역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많다.

트럼프의 '5G 주도' 약속

5G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을 많이 들이는 분야다. 트럼프는 미국이 차세대 무선 기술인 5G 분야에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동안 트럼프 정부의 5G 정책은 주파수 쪽에 초점을 맞췄다. 새로운 망 구축을 위해 가능한 많은 주파수를 무료로 제공하려고 했다.

그런데 일부에선 FCC가 핵심 중대역 주파수 쪽엔 빠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내고 있다.

FCC가 처음 시행한 5G용 주파수 경매는 3.5GHz 대역이었다. 이 대역은 원거리 전송이 가능해 5G에선 핵심 영역으로 꼽힌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지난 8월엔 군에서 사용하던 중대역 주파수 상당수를 5G 서비스용으로 재할당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주파수 경매는 내년 12월로 잡혀 있다.

뒷전으로 밀려 있는 디지털 격차 해소 

트럼프는 2016년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농촌 지역에 광대역 서비스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농촌 지역을 광대역망으로 연결하는 수단의 하나로 5G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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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상황은 조금 달랐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이끄는 FCC가 광대역 보급 활성화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이 빈곤층에 대한 인터넷 보급을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열린 하원 청문회에선 더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쪽에선 청문회에 출석한 아짓 파이 FCC 위원장에게 “FCC가 빈곤층 권익 보다는  기업 이익 증진에 더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