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럭비공 행보'가 화제다. ‘틱톡 인수 반대’ 입장을 표명한 지 하루 만에 허용 쪽으로 돌아섰던 트럼프는 이번엔 “인수에 성공하면 거래금액의 상당액을 미국 정부에 내놔라”고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가 틱톡 인수에 성공할 경우 거래 금액의 상당부분이 미국 국고로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key money’란 표현을 사용했다. ‘key money’란 세입자 등이 지불하는 보증금, 권리금 등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비유까지 동원했다. 땅 주인과 임차인 간의 관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임대 계약이 없다면 임차인은 아무 것도 갖지 못한다”면서 “따라서 그들은 (거래금액의) 상당액을 지불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의문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권리로 인수 대가로 상당액의 권리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걸까?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어떤 권한으로 그런 요구를 하는 지 명확하지는 않다”면서도 “(어쨌든) 틱톡 인수 금액의 상당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얼마가 되든 그건 거래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다”면서 “나 외에는 그런 생각을 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건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대해 재무부와 백악관 모두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 '중개수수료'로 보긴 힘들어…권리금으로 해석해도 논란은 여전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액을 국고로 넣어야 하는 건 “(미국이) 거래를 가능하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대가를 납세자들에게 내야만 한다고도 했다.
이런 설명만으론 트럼프의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일부 국내 언론들은 제목에 ‘복비(부동산중개수수료)’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번 트럼프의 전력을 꼬집은 표현이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수수료로 해석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국가가 기업 매각을 주선하면서 ‘중개수수료’를 받는 건 법적인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key money’란 표현 그대로 ‘권리금’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무난해보이긴 한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생긴다. 국가가 기업 인수를 주선하면서 ‘권리금’ 형태로 일정액을 받는 게 법적인 타당성이 있느냐는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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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9월 15일까지 미국 기업이 인수하지 않을 경우 틱톡 사업은 중단된다”고 선을 그으면서 MS가 협상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갖게 됐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입장에선 9월 15일 이전에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걸까? 그 부분 역시 뚜렷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아직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