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사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미래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전열 정비에 한창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3년차 LG 제조 기반 핵심 계열사들이 미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LG화학 이사회는 지난 17일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은 오는 12월 1일 공식 출범해 LG화학의 100% 자회사가 된다. 사실상 IPO(기업공개) 등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더 큰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다. 다음 달 임시주총에서 승인이 나면 최종 분사되며, IPO 추진 시 최소 1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LG화학은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으로 여러 완성차 업체로부터 물량을 수주했다. 회사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량은 150조원 규모로 이 물량을 차질없이 공급하기 위해서는 매년 3조원 가량을 들여 공장 증설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회사는 배터리 부문 분사 후 LG화학이 영위하고 있는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사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인수합병(M&A) 등 투자 전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과감한 분사 결단과 관련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방식 경영철학이 반영됐다는 평이다. LG그룹에서 계승돼 온 경영이념 '인화(人和)'도 글로벌 경쟁 시대에 맞춰 변화를 맞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는 인화 기업문화 아래 튀는 똑똑한 한 명보다는 조화를 중시했는데 (이번 분사는) 경쟁력 있는 한 사업부를 확실하게 밀어주기 위한 의도로, 공격적인 경향도 엿보인다"며 "(구 회장이)젊은 총수로서 첨예한 경쟁구도에 있는 미래차 산업 선점을 위해 핵심 사업부를 과감하게 키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장기 비전에 결단을 내린 LG는 조만간 디스플레이 흑자 전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는 차세대 부품사업 일환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세화를 이끌어왔다. OLED 디스플레이 사업은 LG가 배터리와 함께 세계 일등 상품으로 키우는 품목이다.
현재 OLED TV 시장이 성장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확장세가 지연되면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부터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 중이다. LG그룹 입장에서는 해결해야할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에 회사는 ▲대형 OLED 대세화 ▲플라스틱 OLED 턴어라운드 ▲액정표시장치(LCD) 구조혁신을 통해 캐시카우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하반기와 내년 시장 전망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특히 파주와 중국 광저우에 대형 OLED 양대 생산거점 체제 구축이 완료되면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적자를 이어오던 모바일 P-OLED 출하량은 북미 고객사(애플) 수요가 내년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손익 개선도 기대된다. 가격이 높은 전장용 OLED와 차별화된 IT 제품 수요를 확보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우려는 남아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 북미 거래선이 스마트폰에 모바일 P-OLED 채택을 확대하면서 내년 수주 물량은 올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본다. OLED 전환으로 인력 효율화도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중국 BOE가 고객사 화웨이가 제재를 받음에 따라 내년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 물량 늘리기에 나서면서 일부 경쟁력을 갖기 쉽지 않아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오랜 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전장사업의 수익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VS사업본부는 전분기 2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 3분기도 5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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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증권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완성차 시장의 수요 회복, 신규 전기차 프로젝트 시작, ZKW 흑자 전환을 하반기 개선 요인으로 꼽고 있다.
2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온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도 경영진이 큰 방향을 결정해야할 과제 중 하나다. 일단 MC사업본부는 점차 영업손실폭을 줄여가고 있다. 듀얼 디스플레이, 롤러블(내년) 등 새 폼팩터로 혁신 도전을 이어가는 한편 5G·주문자개발생산(ODM)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