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시점부터 위험 경고"…보험사기 예측 시스템, 점점 똑똑해진다

교보생명 이어 현대해상·오렌지라이프도 시스템 구축

금융입력 :2020/09/18 16:56    수정: 2020/09/19 07:09

보험업계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앞세워 진화하는 보험사기에 맞서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분석해 보험금 부당 신청 케이스를 걸러내는 것은 물론, 보험계약 시점부터 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까지 갖추며 대응태세 구축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에 이어 현대해상과 오렌지라이프 등 주요 보험사가 자체 개발한 보험사기 예측 시스템을 현업에 적용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저 현대해상이 공개한 'Hi-FDS'는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보험사기 예측 시스템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기관 정보와 회사 내 보험 정보를 결합해 스스로 보험사기 특징을 학습하고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낸다.

(시진=이미지투데이)

동시에 현대해상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없이도 직원이 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험사기 고위험군 선별 근거를 리포트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 조사업무 방식 대비 보험사기 탐지 능력을 22배 끌어올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위험 대상을 찾아 사기 의도를 감지하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바로 오렌지라이프의 '보험사기 사전 예측 모델'이다.

오렌지라이프는 과거 적발한 보험사기 사례를 통해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약 150개 변수를 생성했다. 이어 대내외 빅데이터 분석과 AI 기술 적용 등 과정을 거쳐 이 모델을 개발했다. 보험사기 유형 중 상당수가 계약 체결 시점부터 보험금 편취를 계획한다는 점에 착안한 결과다.

한발 앞서 움직인 교보생명은 보험사기 예측 시스템 'K-FDS'를 차츰 현장에 안착시키고 있다. 지난 5월 업무에 정식으로 도입한 이래 적극 활용 중이며, 최근엔 이 시스템으로 찾아낸 사례 중 일부를 추려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교보생명의 'K-FDS'는 과거의 데이터로부터 사기 의심사례 발생이 빈번한 질병과 상해군을 그룹핑한 뒤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게 특징이다. 조직화된 보험 사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

특히 교보생명은 2018년 7월부터 'K-FDS'를 시범운영하며 205건(총 23억원 규모)의 보험사기 의심 건을 찾아낸 바 있다. 현재 회사 내에서 파악한 이 시스템의 적중률은 99%에 이른다.

이처럼 보험사가 시스템 확보에 신경을 쏟는 것은 기존 방식으로는 보험사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기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다 그 방식도 지능화되고 있어 조사와 혐의 입증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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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보험사기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8천8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늘었고, 적발 인원 역시 9만2천538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적발 인원의 18.9%(1만7천450명)를 차지하는 등 직업과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불특정 다수가 사기에 가담하는 모양새라 철저한 대응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 기반 사기예측 시스템 구축은 보험금 부당 지급을 막고 선량한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다만 아직까진 직원의 현장 검증을 병행해야 하는 수준이라 추후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