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로 불리던 미국 수소 트럭업체 니콜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어 미국 법무부 조사까지 받게 됐다. 2018년 니콜라에 1억달러(약 1천200억원)를 투자했던 한화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니콜라에 미국 법무부가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앞서 SEC도 공매도 투자자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배포하면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니콜라는 한화를 비롯해 독일 보쉬, 이탈리아 CNH 인더스트리얼 등의 초기 투자를 받아 수소 트럭(FCEV)과 유럽을 겨냥한 전기 배터리 트럭(BEV) 등을 개발해왔다. 내년부터 미국·유럽 트럭 시장에 진출, 이르면 2023년 수소 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며 선주문도 대거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기 의혹에 휘말리면서 니콜라의 주가는 연일 출렁이고 있다.
투자자인 한화 측은 일단 이같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비상장사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는 1억달러를 투자해 현재 니콜라 지분 6.13%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니콜라의 미래 비전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한화에도 투자 손실과 사업 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힌덴버그 주장 이후 한화와 한화솔루션 주가도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니콜라 사기 의혹이 현실화될 경우 한화 주요 계열사가 계획했던 미국 수소 생태계 시장 진출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니콜라를 통해 수소 사업 경쟁력을 강화, 태양광과 수소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대표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계열사별로 진출 기반을 닦아왔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한화큐셀은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수소 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당시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이 창업주 밀턴을 직접 만나 니콜라와 한화의 사업 방향을 확인, 니콜라 투자 결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힌덴버그는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레버 밀턴의 수십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 사례"라고 주장했다. 니콜라가 2018년 공개한 세미트럭 '니콜라원'을 언덕에서 굴러 내려가게 했다고 폭로하며, 니콜라와 담당 임원이 수소 분야에 전문성도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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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측은 힌덴버그 주장 이후 두 차례 걸쳐 사기 의혹을 반박했다. 지난 11일 힌덴버그가 주가를 떨어뜨려 이익을 보기 위한 시세조종 목적으로 보고서를 배포했다고 주장했으며 14일에는 인버터 생산, 배터리 기술, 문제가 된 트럭 홍보 영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만 힌덴버그는 자신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6일 니콜라 초기 투자자인 제프리 웁벤 헤지편드 밸류액트 캐피탈 창업자는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밀턴이 준비되기 전에 일찍 니콜라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면서도 "시장에서 니콜라의 과거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고 있는데, 니콜라의 장기적인 수소 공급 업체 성장 목표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