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티비엔(tVN)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비밀의 숲2'를 보면 국회의원 자녀의 은행 채용 비리가 언급돼 '2018년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는 특정 사건과 연관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스토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반추하게 만든다.
2018년 은행의 채용 비리 소식은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을 좌절시켰다. 부모의 재력에 기인한 스펙을 메우기 위해 아둥바둥 자격증과 공모전·토익 준비를 해왔지만 결국 가장 큰 스펙인 '부모의 직업'을 바꿀 순 없다는 무기력 때문이었다. 채용비리 의혹을 받은 우리은행장은 당시 중도 사퇴했으며, 당시 신한은행장은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2020년 1월 22일 신한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1심 공판에 참석했을 때 판사는 채용비리가 한 사람의 청탁으로만 이뤄졌을까, 총 결정권자인 은행장은 몰랐을까라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다. 재판에 따르면 그 시기의 은행장으로 신입 행원 선발을 총괄하면서 인사부에 특정 지원 인적 관계를 알렸다. 그 사실이 직접 채용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부인하고 있지만, 법원은 '인사부에 그 명단의 지원자에 대해 명시적인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신한은행 최고 책임자가 이를 알린 점은 채용 적격성을 해친다'고 봤다. 아직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지만 사실은 하나다. 신한은행장이, 누군가의 자녀 이름을 인사부에 넘겼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2018년 벌어진 채용비리를 다시 지적하는 이유는 지금 시국이 '그' 시국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감염증 확산으로 회사는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530곳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곳 중 2곳은 신입 채용규모를 줄일 계획이고 신입사원을 뽑더라도 1명에서 최대 9명 이내의 한 자릿수 단위 채용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코로나19로 바늘구멍 같았던 채용의 문이 더욱더 좁아진 격이다.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올해 하반기 공채는 단비같다. 불확실성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업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 중 하나인 채용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심의 눈초리도 동시에 간다. 두 곳 채용 전형은 신입같은 신입을 뽑기보다 실전에 바로 투입할 만한 경력같은 신입을 원하고 있어서다. 전형에 우대 조항으로 적힌 전문자격증은 실무 경험이 없으면 따기 어려운 것들인데 굳이 신입 채용 조건에 명시했다는 점이 의아하다. 경력 직원의 8할은 경력과 업무적합성이겠지만 2할은 평판이라는 인사 관행이 적용되지 않을지 의구심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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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없애는 것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채용이 다른 금융사에 귀감이 되기 위해서 더욱 공정성을 기한 결과를 보이면 된다. 과거 채용비리와 연루됐었던 만큼, 더욱 채용 결과의 정당성을, 채용에 관한 은행의 내외부의 신뢰도를 높이길 바란다.
'청탁 등 부정행위로 인해 합격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해 합격 및 채용이 취소된다'는 모든 기업의 채용 전형에 있는 문구다. 청탁을 한 이, 받은 이의 불이익이 동등해야 이 같은 일은 사라진다. 좁다못해 협소한 취업의 문 앞에 선 청년들을 부모의 스펙으로 좌적시키질 않는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