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자동차 키를 두고 왔는데, 지금 디지털 키를 나한테 보내줄래요?"
15일 공개된 현대차 4세대 투싼 글로벌 온라인 공개 영상에서 나온 멘트 중 일부다. 스마트폰으로 차량 문을 열 수 있는 권한을 상대방에게 받으면, 직접 폰을 손잡이에 대서 문을 열 수 있는 ‘현대 디지털키’를 설명하기 위한 장면이었다.
현대차가 디지털키 시연을 신차 공개 영상에서 보여준 것은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주요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시대가 본격화 됨을 의미한다. 이 같은 시스템은 앞으로 발레파킹, 세차 서비스 등 다양한 용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디지털키는 근거리무선통신기술(NFC)을 활용해 스마트폰과 도어 손잡이를 접촉시키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 앱 터치로 차량 문을 원격으로 열 수 있는 방식과 다르다.
NFC 방식의 디지털키는 지난 2016년 독일 베를린 IFA 전시회 삼성전자 부스에서 소개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부스 일부분에 벤츠 E200 차량을 전시하고, 메르세데스-벤츠와 ‘디지털 카 키’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을 차량 외부 도어 손잡이에 접촉만 시키면 된다. 문이 열리고 스마트폰을 차량 내부 무선충전대에 올려놓으면, 차량이 내부에 스마트키가 있다는 것으로 인식해 정상적인 시동과 주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와 벤츠 등이 2016년도에 미리 선보였던 이 기술은 시간이 흘러 현대기아차에도 적용됐다. 지난해 초 8세대 쏘나타에 이같은 디지털키가 최초로 선보인데 이어, 현재까지 출시된 다수의 차량들도 디지털키가 내장됐다.
완성차 업체와 IT 업체 등이 합심해서 선보인 스마트폰 디지털키 기술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전유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쏘나타 출시 이후 약 1년 넘게 애플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디지털키 기술을 내놓지 못했다. 애플의 정책이 변경돼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 측 입장이다.
하지만 BMW가 이 같은 우려를 씻어냈다.
BMW는 최근 진행된 애플 WWDC20에서 아이폰을 차량 문에 대면 문이 열리는 디지털 키 기술을 공개했다. 곧 배포될 예정인 iOS 14를 스마트폰에 설치시키면 1시리즈, 2시리즈, 3시리즈, 4시리즈, 5시리즈, 6시리즈, 8시리즈, X5, X6, X7, M5, M8, X5 M, X6 M 등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NFC 방식의 태그라서 스마트폰이 꺼져 있어도 차량 문을 열 수 있다.
애플과 BMW 등이 함께 구현해 낸 디지털 키 기술은 현대기아차와 차별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광대역칩인 U1을 탑재한 아이폰11에서는 아이폰을 주머니나 가방에 넣은 채로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디지털키로 문을 연 다음, 무선충전대에 놔야 시동이 걸리는 현대기아차 시스템과 차이가 있다.
앞으로 보안 문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디지털 키 기술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도전 과제다. 도난된 스마트폰이 차량 문을 쉽게 열고 닫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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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려를 덜기 위해 삼성전자는 디지털 카 키 기술에 보안 솔루션 ‘녹스’를 입혔다. 외부 해킹 시도를 방지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설명이다.
현대 디지털키는 스마트폰의 화면보호 상태가 해제돼야 차량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차량의 주 명의자와 스마트폰 명의자가 서로 같아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