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만드는 '그린수소'의 생산비용이 지난 5년간 양산 방식에 따라 40%에서 50%까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린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까진 적어도 30년은 걸릴 전망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마틴 텐글러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 선임분석관은 15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제1회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심포지엄'에서 "그린수소 생산 비용은 앞으로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청정수소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수소에서 탄소를 포집후 저장하는 '블루수소'보다도 친환경적이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전기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수전해(P2G) 기술이 필요하다.
그린수소 수전해 기술의 가격경쟁력은 최근 5년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로 사용되는 '알칼라인(Alkaline)' 수전해 방식은 지난해 기준으로 2014년보다 비용이 40% 하락했다. 고분자전해질(PEM) 방식을 이용한 수전해 비용도 같은 기간 50%나 감소했다.
텐글러 선임분석관은 특히 중국의 수전해 기술 비용이 서방 국가들과 비교해 최대 80%까지 저렴해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수전해 생산력이 증가한다면 앞으로 다른 나라들이 중국보다도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친환경 수소로 분류되는 블루수소에 대해선 "현재는 그린수소보다 생산비용이 낮지만, 블루수소 생산이 이용되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비용은 앞으로 최대 20% 밖에 줄일 수 없다는 게 한계"라며 "2030년이 되면 그린수소가 블루수소 대비 경쟁력을 가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토록 생산비용이 줄었음에도 그린수소는 아직도 너무 비싼 연료다.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에 비해 2.5배 가량 높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이 너무 높다는 게 그린수소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 중이다.
텐글러 선임분석관은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2050년이면 킬로와트(kW)당 30달러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며 "태양광·풍력 발전전력 생산비는 2030년이 되면 메가와트시(MWh)당 30달러, 2050년엔 20달러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어도 2050년이 돼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이 현재 천연가스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수소를 미래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보고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점차 심화하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그린수소와 같은 청정 에너지가 앞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으로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그린수소 100메가와트(MW) 양산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동시에, 2030년 이전까지 해외 수소 공급망을 구축해 공급처를 다양화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와 효성 등 관련 기업들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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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글러 선임분석관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경제 규모가 지속 성장해 2050년이 되면 에너지 소비가 현재보다 5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며 "대부분의 에너지가 석유·가스·석탄으로 얻어진다면, 세계 기온이 3도(℃) 오르는 지구온난화 현상과 더불어 재앙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NEF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생산된 수소의 양은 약 1.17억톤(t)에 달했다. 수소 시장 규모는 1천300억 달러(약 153조원)로 추산되나, 아직도 99%의 수소는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