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빅테크와 역차별 주장...왜?

[이슈진단+] 빅테크 금융서비스 진출 영향 점검

금융입력 :2020/09/09 17:15    수정: 2020/09/10 08:33

국내 빅테크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가 금융업 진출을 확대하면서, 금융업계는 빅테크와 금융업권 간 역차별 해소를 주장하고 있다.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진출이 새로운 행태인만큼 과거 법 체계로는 규제하기 힘든데, 이 사각지대를 이용해 '규제 차익'을 누리려 한다는 논리다.

금융당국은 규제 차익을 없애고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론화한 만큼, 전자금융법 개정 등을 통해 새 규제 짜기에 돌입한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유관기관·전문가·업계 인사들로 구성한 '디지털금융 협의회'의 첫 회의가 10일 열리는 가운데, 금융사와 빅테크 간의 규제에 관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업계 "영향력 비해 규제 느슨"


금융업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하는 부분은 바로 규제 차익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의 시장 지배력은 커지고 있지만, 전자금융업자로 기존 금융업권에 비해 규제가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빅테크의 주된 금융 서비스인 간편결제인 선불전자지급수단에 대한 규제고 법이 아닌 감독 규정으로 지도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금융산업 구조 측면에서의 금융 혁신 동향과 향후과제' 자료에 따르면 간편결제 시장은 비금융업이 주력인 빅테크가 이끌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약 30개의 기업이 해당 시장에 진출했으나, 2019년 기준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삼성페이의 비중은 약 57%로 집계됐다.

최근들어 금융서비스가 분화(번들링)됐다가 다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합쳐지는 재분화(리번들링)가 이뤄지면서, 적합한 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네이버파이낸셜이 CMA 계좌를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만들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이 전자금융업자로 준수해야 하는 전자금융법을 적용할지, 미래에셋대우가 준수해야 하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할지 애매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빅테크는 데이터 덜 주는데...금융사 불만


금융사들은 또다른 역차별의 사례로 데이터 공유 문제를 꼽고 있다. 개정 신용정보법의 핵심 사안인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관리업)' 심사가 이뤄지면서 금융사들은 빅테크의 광범위한 비금융데이터,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공유 규정의 불공정함을 토로하고 있다.

개정 신용정보법의 근간이 된 유럽연합(EU) 데이터보호규정(GDPR)과 결제서비스지침 개정안(PSD2)에서도 빅테크와 금융사간 데이터 공유 규정에 차이가 있다. 결제서비스 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은 제3자에게 고객 계좌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모든 금융 시장 참여자에게 고객 데이터를 디지털 형식으로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반면 데이터보호규정에 따라, 빅테크는 데이터 공유가 가능할 경우에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에 금융사들은 금융 데이터는 다 내줘야하고, 빅테크는 개정 신용정보법에 따른 신용정보가 아닌 데이터는 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이데이터 사업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가 신용정보법에 속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들어 신용정보만 공유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 중이다. 10일 열리는 협의회 첫 과제도 마이데이터다.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카카오페이 부사장, 5대 금융지주의 미래금융과 디지털금융부서 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플랫폼 업고 금융서 우월적 지위 가질 수 있어


금융사가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규모는 기존 금융업권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 DB금융투자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 기업가치는 5조원, 카카오페이의 가치는 4조9천억원이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13조~14조원이다. 

그러나 아마존과 알리페이와 같은 빅테크의 금융 시장 지배력을 높인 사례가 있어 금융사는 규제만큼은 공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국내서 포털과 쇼핑의 최강자인 네이버, 국민 메신저로 불릴 만큼의 이용자가 많은 카카오톡은 카카오페이와 연결돼 금융사가 고객 접점을 빼앗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이미 세계 금융 감독기관과 주요국은 빅테크 금융권 진출에 따른 불공정성 및 독과점 문제를 인식하며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로 전환하는 추세다. 또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로 거대한 IT 기술 업체의 데이터 독점과 같은 신 독과점 문제를 우려해 해외서는 새로운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영은 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변호사)은 "향후 빅테크 기업이 적극적으로 금융 산업에 진출할 경우 기존의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시장지배력 확보 및 이에 대한 남용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금융당국은 경쟁 당국과 협력해 중장기적 정책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