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업권 내 또는 업권 간 경쟁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의 영역 다툼이 이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국내 양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금융업으로 나란히 영역을 확장한 것에 대한 발언이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은 포인트 적립과 예치금 수익 등 혜택을 담은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미래에셋대우와 만든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인데, 사용자가 100만원을 보관하면 연 3%(세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네이버페이로 충전하면 포인트(3%)도 적립해준다. 카카오페이 역시 하나은행과 손잡고 모바일 통장을 내놨다. 카카오톡 앱을 활용해 신규 계좌를 만든 뒤 이 통장에 하나은행 계좌를 등록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금융 거래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의 반응은 냉랭하다. 두 회사가 강력한 IT 플랫폼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대거 유치한다면 은행과 같은 기존 금융회사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제도권 금융사의 경우 신사업 진출 과정에 여러 규제가 뒤따르는 반면, IT기업은 상대적으로 쉽게 사업을 늘리는 모양새라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은성수 위원장은 "역차별을 인정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의 추세는 전통적인 금융업과 핀테크의 경쟁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어느 한 쪽을 배제하기보다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형평성을 맞추는 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핀테크 영역을 육성하기 위해 그간 정부가 업체에 일종의 인센티브를 부여한 측면이 있는데, 차츰 그 규모가 커지다보니 금융회사가 불편해하는 상황에 이른 것 같다"면서 "이 부분을 신중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토스 사건, 인터넷은행 본인가에 영향 미치진 않을 것"
은성수 위원장은 토스에서 발생한 938만원 부정결제 사고가 인터넷전문은행의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잘못이 있다면 시정 조치를 내릴 수는 있겠지만 인터넷은행 본인가 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은성수 위원장은 "토스와 관련해선 경찰이 수사하고 있고, 금감원도 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아직 정보가 없어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이번 사고와 인터넷은행이 연관성을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은성수 위원장은 이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점 추진과제로 '디지털 금융 활성화'를 꼽으며 ▲본인확인 규율체제 정비 ▲금융보안 강화 ▲빅데이터 활성화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먼저 은성수 위원장은 "금융실명법이 약 30년간 금융거래의 시작점을 규율하는 기본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대면' 본인확인을 전제로 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면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3분기 중 ‘금융분야 인증신원확인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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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재산이 안전하게 지켜진다는 소비자의 신뢰가 없다면 디지털 금융혁신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면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하는 등 디지털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빅데이터 활성화와 관련해선 "금융산업의 새로운 기대주인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가세할 것"이라며 "사전 수요 조사 결과 116개사가 관심을 보였고 개정 신용정보법이 시행되는 8월부터 신청을 받으면 10월께 정식허가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