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다. 단기 유동성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회사채와 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을 매입하고 증시 변동성을 위해 지수에 투자하는 증시안정펀드도 조성된다.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 외에도 대기업까지 긴급 자금 지원 대상이 넓어졌다. 단, 대기업은 자구노력이 전제가 돼야 한다.
2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2차 비상경제회의' 세부 내용이 공개됐다. 일단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50조원 이상으로 계획했던 자금 공급 규모는 100조원 이상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났다.
■ 100조 중 기업자금 지원 53.8조원, 금융시장 안정에 41.8조원
100조원 중 정책자금 대출 지원과 보증 공급을 통한 기업 자금 경색 완화에 58조3천억원, 주식·회사채·단기 자금 시장과 같은 금융시장 안정화에 ▲채권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 ▲단기 자금시장 안정 지원에 41조8천억원의 펀드와 자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회의 결과 중소·중견기업 대출 규모를 21조2천억원 더 확대하기로 했다. 대기업까지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차 회의서 결정된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 지원 규모 29조2천억원은 유지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업 사정이 앞으로 소상공인에 머무르지 않고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고, 단순한 대출 문제에서 떠나서 보증, 그 다음에 단기 자금 시장·회사채, 결국은 자본시장까지 이 흐름이 흘러갈 수 있다"며 "시간을 따라 흘러갈 수도 있고 동시에 벌어질 수도 있어 모든 것을 고려해 정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은성수 위원장은 자구 노력 선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은 위원장은 "소상공인은 1천만원이 안나와서 애타는데 (대기업 지원을) 국민이 받아들이겠냐"면서 "대기업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돈을 주려면 납득할 만한 자구노력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채권 시장에 30조8천억원 투입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 ▲회사채 발행 정책금융지원(4조1천억원) ▲회사채 발행지원(6조7천억원)이 시행된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84개 금융사가 자금을 출자했으며 우선 10조원 규모를 가동한 뒤 10조원을 추가 조성하는 방식이다. 투자 대상은 회사채와 우량 기업어음, 금융채 등이며 1차 캐피털 콜 규모는 약 3조원이다. 4월 초 본격 매입을 진행한다.
회사채 발행 지원을 위해선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회사채를 신속하게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에 2조2천억원, 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 발행 지원 1조9천억원이 투입된다. 1차 회의서 논의됐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6조7천억원도 신속하게 자금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도 대기업이 포함됐다.
은성수 위원장은 "채권 시장은 결국 실물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까지 확대할하겠다"며 "정책금융기관의 4조1천억원으로 회사채를 우선적으로 매입할 것이며, 초우량 회사채를 제외한 올해 만기 회사채를 소화하고도 여력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단기 자금 시장 7조원+주식 시장 10.7조원
단기 자금 시장에는 총 7조원이 투입된다.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5조원)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차환 지원(2조원)을 하는 방식이다. 은 위원장은 "최근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등의 거래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이 2조원 규모 우량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를 매입할 것이며 채권안정펀드에서도 기업어음을 매입할 여유가 있다"고 부연했다.
주식 시장에는 10조7천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설립해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펀드는 5대 금융지주와 각 업권 선도 18개 금융사 및 증권유관기관이 조성하며, 캐피털 콜로 지수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4월초 본격 가동되며 1차 캐피털 콜은 3조원 내외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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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위원장은 "주식 시장 안정은 경제 심리, 기업가치 , 일반 자산증식 측면서 중요하다"며 "출자 금융사에 세제 지원 방안과 인센티브, 건전성 규제 완화해줘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시장 안정에 적극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브리핑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해 현재 상황이 더 나빠졌냐는 질문에 "당시는 금융에서 실물로 전이된 위기고 지금은 실물에서 금융으로 가는 부분"이라면서 "위중의 여부를 판단하기 보다는 6개월 앞선 시나리오를 그리고 '가두리'망을 쳐서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금 지원 규모가 커진 것이) 위험하다는 전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