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업자 금융 영업 감독 '사각지대'...규제 '새판' 언제쯤?

[이슈진단+]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하)

금융입력 :2020/02/12 15:20    수정: 2020/02/12 15:34

아마존·페이스북·알리바바 등 거대 기술 기업이 압도적인 이용자 수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빅테크(Big Tech)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비단 해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로 금융산업에 뛰어들었다. 금융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업,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 현상이 가속화되는 중이다. 동시에 기존 금융감독체계로는 이들을 규제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현황과, 국내 금융당국 규제 방향을 두 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금융과 비금융을 혼합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국내 금융감독체계는 이를 뒤따라가고 있지 못하다. 은행·금융투자·상호금융·보험·전자금융업으로 금융 업종은 권역별로 감독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만약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신용 기능이 붙는다면,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이자를 지급한다면 전자금융업 감독 규정만으로는 충분히 감독할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 핀테크 주요 무대 '전자금융업', 감독 규정 시대와 동떨어져

주로 핀테크 사업자나 빅테크의 활발한 무대인 전자금융 감독 규정도 구시대적인 면이 있다. 전산 자료를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 자기테이프·디스켓·콤팩트디스크(CD) 등으로 분류한 것부터 시대와는 동떨어진다. 2019년 클라우드 사용에 대해 전자금융업 개정안이 시행됐다는 점이 그나마 최신 기술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추정한 전자금융업자는 200여개다. 금감원 인력만으로 이를 커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자금융업은 특히 업무 분야에 따라 ▲선불 전자 지급 수단 발행 ▲직불 전자 지급 수단 발행 ▲전자 지급 결제 대행 ▲결제 대금 예치 ▲전자 고지 결제로 등록할 수 있는데, 중복으로도 등록할 수 있다. 한 업무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전이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금감원 전길수 IT핀테크전략국 선임국장은 "업에 따라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며 "카카오를 예를 들면 카카오은행은 은행업, 카카오페이는 증권업, 카카오페이는 전자금융업 등 업을 해당하는 부서에서 감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전 선임국장은 또 "등록 시 경영 상황을 살피고 있으며 상시로 보고서를 업체로부터 받아 문제점이 있다면 점검이나 현장 검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매해 강조했던 섭테크(감독업무에 기술을 접목)은 검토 중에 있지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 중개 서비스 '플랫폼' 감독의 사각지대

전자금융업 감독 외에도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은 현 금융감독체계를 적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금융상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모델이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였다면, 이제는 플랫폼으로 금융 상품을 중개(유통)하는 서비스가 생활 속을 파고들고 있다. 금융 중개 서비스 플랫폼은 금융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플랫폼은 방대한 고객 수와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데이터를 무기로 갖고 있기도 하다. 플랫폼의 지배력이 독점화될 경우, 핀테크는 물론이고 기존 금융사와 불공정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것이다. 커머스와 채팅, 결제 등으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가 플랫폼 독점력을 공고히 하는 '악순환'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보미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관련 규제 당국이 협력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인한 불공정한 경쟁 환경 조정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제도와 규범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기능별 감독 등 '새판짜기' 중론은 모여

물론 금융감독당국도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기능별 감독을 강화하는 쪽을 가봐야 생각한다"며 "요즘 금융산업 형태를 보면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은행·증권·보험 따로 두는 게 아니라 융합형으로 간다. 감독으로 대응할 부분이 많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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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전자상거래·ICT 등과 지급결제·대출 등을 넘나드는 국내외 빅테크들이 국내 금융산업에 진출할 때를 대비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감독체계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현재 전자금융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고려했던 금융감독체계 안이 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연구소 관계자는 "플랫폼 제공자에 대한 적절한 진입 요건과 이용 자격 요건을 설정하고 정보제공과 확실한 거래 이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기존 금융권에서 이용되지 않은 전자상거래 통신 관련 정보, 디지털 행동패턴 등 비금융 데이터의 활용 증가에 따라 기능별·횡단적 금융 규제 체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상)편 바로보기☞네이버·카카오·SKT는 IT기업일까, 금융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