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안 내려는 꼼수다.”
에픽 게임즈와 반독점 소송 중인 애플이 반격에 나섰다. 같이 소송 당한 구글이 반박수준의 방어만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애플은 계약위반으로 에픽을 맞제소했다.
특히 애플은 에픽이 중국업체 텐센트의 지원을 받아 앱스토어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애플은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에픽을 제소하면서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이날 애플은 67쪽 분량의 계약위반 소송을 통해 에픽의 연이은 조치들이 결국 수수료를 내지 않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애플 "에픽, 로빈후드 자처했지만 뒤로는 이면합의 요구"
이날 소장에서 애플은 에픽이 앱스토어에서 6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강조했다. 이런 수익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애플 측 주장이다.
애플은 소장 첫 머리부터 “에픽은 현대판 로빈후드로 자신들을 묘사했지만 사실은 앱스토어에서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대가를 전혀 지불하지 않으려는 수 십억원대 기업일 뿐이다”고 꼬집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애플은 소장에서 ‘사이드레터(side letter)’ 말을 반복 사용했다.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애플 소장에는 ‘사이드레터’가 총 6번 등장한다.
사이드레터는 ‘양측이 주고 받은 이메일 등의 이면합의문’을 의미한다. 에픽이 ‘사이드레터’를 통한 이면합의를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이번 분쟁의 발단이 된 에픽의 자체 결제 서비스에 대해선 ‘앱스토어를 붕괴시키려는 트로이 목마’라고 비판했다.
애플은 팀 스위니 에픽 최고경영자(CEO)가 6월30일 앱스토어 리뷰 절차 및 수수료 면제를 요구하는 ‘사이드레터’를 보내왔다고 폭로했다. 이런 시도가 무산되자 앱스토어를 우회하는 자체 결제 서비스 홍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애플과의 계약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앱스토어 생태계 자체를 붕괴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행위라는 것이 애플의 주장이다.
따라서 애플은 계약에 따라 앱스토어 지침을 따르지 않는 포트나이트 앱을 삭제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텐센트 힘 빌어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 붕괴 꾀해"
애플 소장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중국업체 텐센트다.
애플은 “에픽이 앱스토어 리뷰 절차에 대한 공격에 만족하지 않고, 텐센트의 힘을 빌어 앱스토어 생태계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구글은 중국에서 플레이스토어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그 빈자리를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이 치고 들어왔다. 특히 텐센트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은 세계 최대 앱스토어 중 하나로 꼽힌다.
애플은 에픽이 텐센트 지원에 힘입어 앱스토어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나 개발자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소장에서 텐센트는 한 차례만 거론된다. 에픽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텐센트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내년초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두 회사간 소송에서 본격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 역시 “내년 소송에서 중국 문제가 거론되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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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이 문제삼고 있는 앱스토어 수수료에 대해서도 “경쟁위반 요소가 없다”고 반박했다. 애플의 앱내 결제 기능 역시 유료 거래를 처리하는 소비자 친화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애플은 “앱스토어 내 앱 중 80%는 소비자들에게 공짜로 제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애플이 앱스토어 수수료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거의 없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