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 대한 무역 제재를 검토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DB하이텍이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를 무역 제재 대상 기업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미국 국방부가 유관 기관들과 협력해 미국 기업이 라이선스 없이 SMIC에 자국 기술을 판매하는 것을 차단하는 법인 목록에 SMIC를 추가할 지 여부를 논의 중"이라며 "이번 조치는 SMIC에 대한 모든 수출이 보다 포괄적인 검토를 받게 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 내에서는 미국의 SMIC 제재 조치와 관련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칫 이번 제재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육성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중국 인터넷 매체 봉황망은 "SMIC가 제재를 받게 되면 화웨이뿐만 아니라 여러 중국 내 반도체 설계 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스마트폰에서 5G 기지국, 미사일 유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자국 내 집적회로 및 소프트웨어 산업을 개발하려는 노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SMIC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DB하이텍이 대체제로 수혜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들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이미지 센서, 지문인식 센서 등의 핵심 부품 수급을 위해 한국 업체로 수급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파운드리 기업은 비중국 지역에서 100K(10만장) 이상의 안정적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중화권 파운드리의 대체제로 주목받을 것"이라며 "특히 한국 파운드리 업종에서 8인치 웨이퍼 양산라인의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12인치 대비 증설이 어려워 공급부족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SMIC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반도체 장비(램 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KLA 등)의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 중국 내 팹리스 업체와 YMTC, 창신 메모리 등 반도체 소자 기업들에게도 부정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확보가 늦어져 삼성전자 등 경쟁 파운드리 업체에는 수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시각도 비슷하다. 미국이 SMIC 제재에 나설 경우, 중국 내수 생산이 어려워지는 품목들은 한국 파운드리 기업에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8인치 팹에서 생산되는 이미지 센서, 무선주파수 및 사물인터넷 센서, 지문인식 센서 등의 물량이 집중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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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12인치 팹에서 주로 생산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경우, SMIC(보급형 위주 위탁생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반사이익을 볼 물량이 크지는 않지만, 이미지 센서와 지문인식 센서 등 8인치 팹에서 생산됐던 제품은 수혜를 많이 볼 수 있다"며 "SMIC가 현재 3개의 8인치 팹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 DB하이텍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비슷해 SMIC 제재로 인해 DB하이텍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SMIC는 올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4.5%의 점유율로 시장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31억1천567만달러(약 3조6천980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