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생명보험사가 올 하반기 보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기는 하나, 늘어날 보험료 부담에 정부와 소비자는 불편해하는 눈치라 한바탕 장외설전이 예상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주요 보험사는 오는 10월 중 일부 상품의 예정이율을 내릴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를 예고했으며, 교보생명 측도 “아직 결정되진 않았으나 비슷한 시기에 예정이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연이어 예정이율 조정 작업에 착수하자 외부에선 이 분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보통 대형 보험사의 움직임에 중소형 보험사도 동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와 함께 생보업계 '빅3'로 묶이는 한화생명은 지난 7월 이미 확정금리형 종신보험 상품의 예정이율을 0.25%p 낮춘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 예정이율 인하에 주목하는 것은 보험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보험료를 운용함으로써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뜻하는데, 통상 예정이율이 0.25%p 내려가면 보험료는 5~10% 오른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계 상태에 이른 살림살이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간 보험료 인하를 독려해온 터라 업계의 이번 예정이율 조정을 탐탁찮아 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부터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적용하는데, 이 경우 보험사는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의 환급률을 낮추는 대신 이 상품의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코로나19 국면 속에도 순항 중인 생보업계가 무리하게 보험료를 올리는 게 아니냐는 인식도 적지 않다.
실제로 생보업계는 저금리 기조로 고전할 것이란 관측과 달리 올 상반기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비록 순이익이 총 2조727억원으로 작년보다 2.6% 줄기는 했지만, 업체별로는 대체로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다만 생보업계는 현 상황을 감안했을 때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 한동안 정부와 업계, 소비자와의 불편한 동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운용자산이익률도 떨어져,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주로 안전자산인 국공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데 채권 금리 하락으로 수익률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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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각 보험사가 상반기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변액보증준비금 환입과 같은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컸던 만큼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생보사가 상반기 이익을 남기긴 했지만 들여다보면 채권매각과 변액보증준비금 환입에 따른 결과일 뿐 보험영업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면서 "수익성 회복을 위해 예정이율 인하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