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옥살이하고 두 번째 재판받는 이재용...삼성이 운다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에도 삼성만 기소...'수사목적 미리 정했나'

데스크 칼럼입력 :2020/09/01 18:21    수정: 2020/09/02 02:10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을 기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형적인 기소권 남용의 결정판이다. 또한 두 달 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할 필요가 없으니, 기소도 필요 없다'고 10대 3이라는 압도적인 표결로 내린 '불기소' 권고를 무시한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높다.

검찰은 과거 8건의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모두 따랐지만, 유독 삼성 사건만 태도를 달리했다.

왜 그랬을까.

이 사건의 팩트는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의 회계 변경이 과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2년 가까이 삼성 경영진 30여 명을 100여 차례 소환 조사하고 50여 차례 압수 수색까지 했다. 이날 검찰이 발표한 공소사실을 보면 그룹 차원의 치밀한 사전 계획이 있었고,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세조정과 회계처리 변경 등 주주 매수, 불법로비 등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그룹 경영진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직적으로 온갖 불법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시스)

그러나 공소사실 대부분은 이미 법원의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앞서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 절차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합병 비율도 범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이 불법경영 승계의 핵심증거로 내세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변경도 법원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 및 분식회계 혐의 관련 영장 심사에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래서 검찰이 동원한 공소논리는 그동안 삼성을 향해 제기되어 온 경영승계 의혹을 수사 목적에 맞게 모아 둔 아전인수적이다. 명확한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고 관념이나 신념에 집착했다는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서 미리 '기소'라는 수사 목적을 정해 놓고 시간을 끌었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 논리라면 경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된 기업간 합병이나 인수, 투자는 모두 오너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얘기가 된다. 앞으로 3, 4세 그룹 경영 승계를 앞둔 기업이 계열사 인수합병을 추진하거나 지배구조를 재편하면 나중에 불법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예기치 못한 규제를 피해 사업 경쟁력과 경영 효율화를 사전에 도모하면 편법, 혹은 꼼수 의혹을 받을 수 있다. 기업에게 과도한 도덕성과 윤리성을 요구하는 것은 글로벌 무한 생존경쟁의 시장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다. 아마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본 수사심의위도 이런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위험성 때문에 삼성 사건 수사를 중단하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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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검찰의 기소로 삼성은 또 다시 끝 모를 재판에 매달리게 됐다. 코로나 경영 위기 속에 경쟁자들과의 초격차 전략에 안간힘을 쓰는 삼성전자로서는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일 게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1년 간 옥살이를 하고 나온 이재용 부회장도 3년6개월째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에 이어 불법 경영승계 재판으로 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향후 법원의 유무죄에 상관 없이 이 부회장은 도덕성과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세계 어느 기업이 불법 경영승계로 기소된 경영자의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해 주겠는가. 누가 삼성과 미래 사업을 도모하겠다고 선뜻 나서겠느냐는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검찰의 기소에도 삼성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할 일은 하겠다고 약속한 일이다. 이 부회장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비록 검찰의 이번 기소로 인하여 삼성그룹과 피고인들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삼성이 코로나 위기에 놓인 한국경제의 변함없는 버팀목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