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년 가까이 이어온 수사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 처분했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공여 재판에 더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관련 재판까지 총수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맞닥뜨리게 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핵심 관계자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과거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실장·김종중 전 전략팀장·삼성물산의 최치훈·김신 대표이사·이영호 최고재무책임자 등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최지성 전 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 김태한 삼바 대표 등은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종중 팀장과 김신 대표이사 등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의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 검찰 "삼성 각종 불법행위 확인…두달간 심층 재검토"
검찰은 2018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고발한 이후 1년 9개월 동안 관련 수사를 이어왔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법처리 결정 배경에 대해 "삼성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거짓 정보를 유포, 불리한 중요 정보에 대해 은폐, 주주 매수, 불법로비,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자행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삼성물산 경영진들은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의 승계 계획안에 따라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합병을 실행,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야기했다"며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불공정 논란을 회피하고 자본잠식을 모면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4조원 이상 부풀리는 분식회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래전략실 전략팀장과 삼성물산 대표가 국정농단 재판과정에서 합병 실체에 관하여 허위 증언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했다.
수사팀은 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취지를 존중해 지난 두 달 동안 수사 내용과 법리 등을 심층 재검토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울러 전문가 의견청취와 부장검사 회의를 토대로 사안의 중대성을 종합정으로 고려해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기 위한 제도로, 검찰은 이제까지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받아들인 바 있다.
■ 삼성 총수 부재 따른 경영시계 제로..반도체 등 투자 중단 우려
삼성은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으로 향후 기업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이 두 개의 재판을 병행하려면 매주 재판정에 서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 발이 묶일 수 밖에 없다. 또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 굵직한 사안을 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적잖은 경영 불확실성을 맞이한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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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등 삼성의 핵심 사업 전략을 다듬기 위해 사업장 현장을 수 십차례 오갔다.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바이오, 전기차 등 3대 중점 육성 산업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합병 등 사안은 총수가 직접 움직여야 제대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총수 부재 시 전문경영인한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며 "총수가 현장 방문 등 직접 움직이는 것은 경제 위기 상황 속에 기업에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보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