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페북 이용자는 '구제할 수 없는 피해자'인가

피해자만 있고 책임 소재는 없었던 1심 판결...2심 결과 주목

기자수첩입력 :2020/08/31 18:59

“이용자 피해를 일으켰지만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에서 가장 큰 논란을 낳은 부분이다. 다음달 11일 2심 판결을 앞둔 가운데 법원이 또 다시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를 '구제할 수 없는 피해자'로 둘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사건의 시작은 4년 전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망 이용료 협상을 진행하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에서도 위증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이 사건을 되살펴 보면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인터넷 가입자에 대해 서비스 접속경로를 해외 서버로 바꾸면서 벌어졌다. 이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가입자는 페이스북 SNS 접속에 불편을 겪었고 이용자 민원이 다수 발생했다.

국내 이용자들이 더 느리고 불편하게 서비스를 쓸 것이란 점을 알면서도 페이스북이 고의로 접속경로를 바꾼 것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문제가 됐고, 방통위의 시정명령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사건이다.

그러나 행정소송 1심에서는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하면서 트래픽 양을 조절했다고 보면서도 이용자 피해의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용자의 불편에 따른 민원으로 시작된 사건인데, 가해자는 페이스북이 분명하지만 책임을 물을 수 없으니 책임을 물은 방통위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2주 앞으로 다가온 2심에서도 또 다시 논란의 판결이 나올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사실 2심 판결은 큰 의미가 없다. 1심 판결이 뒤집히거나, 그대로거나 결국 대법원 상고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분명하지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이용자 피해는 나몰라라 하는 판결이 계속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장 2심에서 이어지고 있는 쟁점만 봐도 앞으로 디지털 시대 이용자를 두고 걱정이 앞선다. 이용제한 여부를 두고 페이스북 측은 이용불편일 뿐 ‘이용제한’은 아니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용자 이익의 ‘현저한’ 저해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2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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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국내 인터넷 접속경로를 놔두고 해외 서버로 접속경로를 돌려 국내 이용자의 서비스 접속이 불가능했고 민원이 급증했다. 이용제한, 현저성 등의 용어로 수년째 논란을 이어가지만 가해자만 문제 삼지 않겠다는 판결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용자의 피해가 예상되면서도 이용자 불편을 일으켜 피해자를 만들었는데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 가해자만 없다는 것이 어떤 방향의 법리 해석보다 문제소지가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