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뇌에 컴퓨터 칩 심은 돼지 공개

"기억,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어"...안정성 우려 비판도

컴퓨팅입력 :2020/08/31 10:55    수정: 2020/08/31 10:55

일론 머스크가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돼지 ‘거트루드’(Gertrude)를 공개했다고 씨넷 등 외신이 최근 일제히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뇌와 기계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설립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작년에는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쥐를 공개했고, 이번에는 그보다 더 진화한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돼지를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는 "해당 기술이 아직 현실과는 거리가 있지만,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획기적인 장치'의 테스트를 승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뇌와 기계의 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뉴럴링크를 설립하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씨넷)

더 작아진 뉴럴링크 칩 공개

이번 시연회에서 머스크는 작년보다 훨씬 작아진 2세대 뉴럴링크 기기를 선보였다. 지름 23mm, 두께 8mm 동전 모양의 새로운 칩은 돼지의 뇌파를 수집해 초당 10메가비트 속도로 그 내용을 무선 전송한다. 지난 해 공개했던 칩은 귀 뒤에 작은 모듈이 별도로 있었으나 이번엔 칩 속에 모두 합쳤다. 뉴럴링크 기기는 충전식 배터리로 작동하며 피부를 통해 무선으로 충전해 전력을 공급받는다.

새롭게 개발된 2세대 뉴럴링크 칩

머스크는 이 장치에 대해 "작은 전선이 달린 두개골 속 핏빗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장치는 뇌의 바깥쪽을 관통하는 1,024개의 얇은 전극으로 뇌 세포와 통신하게 된다. 현재 이 칩과 외부 컴퓨터 장치를 블루투스를 이용해 연동해 사용하고 있다. 회사 측은 데이터 링크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무선 기술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머리에 뉴럴링크 칩을 이식한 돼지 거투루드의 뇌에서 보낸 신호. 돼지의 뇌 활동은 파란 색 스파이크로 표시된다. (사진=씨넷)

이날 시연회에선 거투르드가 먹이를 먹고, 냄새를 맡는 도중 뇌에서 보낸 신호가 그대로 컴퓨터에 전송되는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됐다. 

하지만, 신경 활동의 변동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비롯해 컴퓨터와 돼지의 뇌가 유의미하게 통신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뉴럴링크 기술, 본격적인 의료 기술로 전환될까

뉴럴링크는 해당 기술을 뇌나 척수 손상 또는 선천적 결함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척수 손상으로 인해 움직임이나 감지 능력을 상실한 하반신 마비 환자를 도울 수 있다.

머스크는 "사람들이 자신의 팔다리로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칩이 감지할 수 있다면 척추 부상이 발생한 부위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신경 회로를 만들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누군가의 전체 몸 동작을 복원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비전은 훨씬 더 급진적이다. 글을 쓰거나 말하지 않고도 서로의 생각을 전자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개념적 텔레파시’와 같은 아이디어도 있다. 뉴럴링크의 장기적인 목표는 인간보다 훨씬 더 똑똑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멸종시키는 미래를 차단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더 나아가 컴퓨터에 자신의 기억을 저장하고 재생하고 로봇에 자신의 의식을 심는 기술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뉴럴링크 칩으로 인공지능과의 공생을 열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추억을 백업하고 복원할 수도 있어

머스크는 "미래에 당신은 기억을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몸체나 로봇에 기억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럴링크는 칩 이식 수술 전체를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된 로봇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피를 열고, 두개골의 일부를 제거하고, 컴퓨터 칩과 함께 수백 개의 전극을 삽입 한 다음 절개를 닫는 것이 포함된다. 전신마취와 출혈 없이 1시간 이내에 뉴럴링크 기기 이식이 끝난다.

머스크는 해당 기술이 직접적인 뇌-컴퓨터 통신 외에도 핏빗,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처럼 사람의 체온, 혈압, 움직임,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대해 경고 할 수 있는 건강 데이터를 측정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작년에 쥐에 칩을 이식했던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 잡은 것은 "원숭이가 뇌로 컴퓨터를 제어 할 수 있었다"는 머스크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해당 논문에서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었으며, 이번 시연회에서도 이 부분은 설명되지 않았다고 씨넷은 전했다.

내부 조직에 문제 있다는 주장, 안전성에 대한 우려

지난 주 미국 의료 전문지 스탯(Stat)는 뉴럴링크의 전 직원 5명이 "뉴럴링크 내부가 혼란스럽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빨라진 기술 개발 압박으로 인해 동물 실험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한 전직 직원은 뉴럴링크가 예상보다 빠르게 설치류 실험에서 영장류로 옮겨갔다고 언급했다.

뉴럴링크는 해당 보도에 대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밝혔다.

뇌파로 전자기기를 작동하는 BMI(Brain-Machine Interface) 기술은 이미 경쟁사나 연구소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뇌에 구멍을 직접 뚫는 뉴럴링크의 침습형 BMI 기술이 위험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브레인코(BrainCo)의 최고경영자 맥스 뉴런은 "침습성 BMI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비침습형 BMI 기술이 오늘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의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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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의 경쟁사 넥스트마인드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시드 쿠이데르(Sid Kouider)는 "칩습형 BMI 기술은 감염, 염증, 전극 위치 조정을 위한 후속 수술이 포함된다"며 "칩 삽입의 안전성과 건강에 대한 위험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신경 인터페이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자극 한 데 대해 뉴럴링크를 신뢰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