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장악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최근 미니 발광다이오드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액정표시장치 패널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선도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퀀텀닷 디스플레이로 무게추를 옮기자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27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CSOT는 올해 미니 발광다이오드(미니 LED) 기반 액정표시장치 패널의 대량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미니 발광다이오드 기반 액정표시장치(이하 미니 발광다이오드)는 발광원(백라이트유닛)으로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니 발광다이오드를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이는 기존 액정표시장치와 비교해 발광원의 크기가 1천분의 1 수준으로 작아 더 높은 밝기와 더 깊은 블랙 표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미니 발광다이오드는 최고 수준의 액정표시장치로 유기발광다이오드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기술로 보여진다"며 "예컨대 TCL(CSOT의 모회사)의 미니 발광다이오드는 기존 액정표시장치와 비교해 가격은 높지만, 색 표현력이 우수하고 명암비는 10만분의 1까지 지원해 유기발광다이오드에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TCL과 BOE가 주도하는 미니 발광다이오드 시장, 2027년에 2천145만대로 성장
시장조사업체 야노리서치에 따르면 미니 발광다이오드 시장은 지난해 37만대 규모에서 오는 2027년 2천145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액정표시장치 TV보다 고화질을 구현하면서 가격은 유기발광다이오드 TV보다 낮아 메리트가 높다는 게 이유다.
현재 미니 발광다이오드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TCL과 BOE다.
TCL은 자회사 CSOT를 통해 미니 발광다이오드를 공급받아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65·75인치 8K 해상도의 미니 발광다이오드 TV를 출시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 발광다이오드 제조업체인 싼안 일렉트로닉스와 미니 발광다이오드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최근에는 4K 해상도의 55인치 미니 발광다이오드 TV도 출시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BOE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중국 발광다이오드 제조업체 HC Semitek과 미니 발광다이오드 사업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올 하반기 대량 양산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술력은 75인치 8K 해상도의 미니 발광다이오드를 세계 최대 첨단기술전시회 CES에서 공개할 정도로 양산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액정표시장치와 유기발광다이오드는 기술적으로 차원이 다른 디스플레이지만, 현재 TV 제조업체가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는 색 재현력과 블랙 표현력에 있어서는 액정표시장치나 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결국 유기발광다이오드에 근접한 색 재현력과 블랙 표현력을 갖추면서 가격은 낮은 미니 발광다이오드 TV가 성장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 기업이 액정표시장치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거머쥐게 된 점"이라고 설명했다.
■ 8K 프리미엄 미니 발광다이오드 TV 준비하는 삼성·LG, 관건은 패널 수급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내년을 목표로 미니 발광다이오드 TV 출시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8K 제품군 중 900시리즈 일부(약 20%)를 미니 발광다이오드 TV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LG전자는 80인치 8K 미니 발광다이오드 TV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양사가 시중에 판매하는 액정표시장치 TV에는 중국과 대만 업체들로부터 받은 패널이 상당수 적용됐고, 품질 측면에서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현재 TV 시장은 자발광 TV(유기발광다이오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보다 액정표시장치 시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양사는 사업철수와 무관하게 미니 발광다이오드 TV로 사업을 지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양사는 주요 수급처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 패널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중국과 대만 기업들로부터 액정표시장치 패널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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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발광원으로 사용되는 미니 발광다이오드는 각각 삼성전자 LED 사업부와 서울반도체로부터 수급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미니 발광다이오드 TV의 가격대는 중국 업체보다 조금 높게 책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니 발광다이오드 TV는 기존 액정표시장치 패널의 발광원을 미니 발광다이오드로 바꾸고, 그 위에 색재현력을 높여주는 필름(퀀텀닷, 나노셀 등)을 붙이는 수준으로 기술난이도는 높지 않다"면서도 "문제는 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양사는 저가 중국산 패널을 받아 고가 미니 발광다이오드 TV로 판매하겠다는 전략인데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공급단가 및 물량을 양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맞춰줄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