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공정거래위원회가 협의를 거쳐 지난 24일 공개한 잠정 동의의결안에 포함된 최소보조금 조항에 통신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인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가 있지만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기업이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해 사건을 해결하는 제도다. 즉 최소보조금 설정은 공정위가 따지는 시장경쟁 질서에 문제가 되는 조항이고, 애플도 이를 받아들이고 고치기로 했다는 뜻이다.
애플은 별도의 아이폰 판매 장려금을 쓰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런 가운데 최소보조금 설정을 고치겠다고 나서면서 그동안 아이폰 값을 할인하는 공시지원금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소비자의 기대 심리와 달리 아이폰 특유의 쥐꼬리 공시 지원금은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최소보조금 용어는 왜 나왔나
공정위는 애플이 국내 이통사에 아이폰 광고비용과 단말기 사후지원(AS) 비용 전가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 건을 심사해왔는데, 그동안 크게 논의되지 않았던 최소보조금 설정 문제가 이번 잠정 동의의결안 공개로 부각됐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소보조금은 이동통신사가 애플과 맺은 기업 간 계약사항으로, 아이폰을 판매할 때 지급해야 할 공시지원금의 최소 수준을 따진 것이다.
공시 지원금 규모를 정하는 것은 이통사의 몫이지만 제조사인 애플이 이통사가 공시하는 지원금 수준에도 관여했다 것이다. 때문에 애플이 스스로 마련한 시정 방안에 포함됐다.
애플은 공정위가 경쟁법을 위반한다고 본 최소보조금 설정 계약을 이통사의 요금할인 금액을 고려해 조정한다는 시정안을 내놨다.
또 최소보조금에 대한 협의를 통한 조정절차를 도입하고, 이통사가 최소보조금 조항이 지키지 못하면 사업발전기금(BDF)에 적립한다는 조항을 삭제키로 했다.
■ 판매장려금 없는 애플, 공시지원금 비용도 떠넘겨
휴대폰 유통구조는 통상적으로 제조사가 이통사에 출고가격에 넘기면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통사는 제조사를 대신해 휴대폰을 판매하면서 서비스 가입을 이끌어낸다.
이통사는 통신서비스의 약정기간 기대수익을 바탕으로 마케팅 비용을 들여 고가의 휴대폰 값을 깎아주는 공시 지원금을 집행한다.
일반적인 휴대폰 유통구조는 이처럼 작동하지만, 애플은 다른 제조사와 달리 판매장려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
이통사가 국내 제조사 휴대폰을 판매할 때와 아이폰을 판매할 때 가용할 수 있는 마케팅 비용 규모에서 큰 차이가 빚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애플 아이폰에는 ‘짠물 공시지원금’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애플은 그럼에도 최소보조금 계약을 내세우면서 다른 제조사와 달리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최소한의 공지 지원금을 책정해야 하는 계약을 강요했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
■ 공정경쟁 개선돼도 공시지원금 오르기는 어려워
시정안이 애플의 거래지위남용을 개선하더라도 공시지원금이 올라 소비자 체감 만족이 오를지는 미지수다.
지난 두달 동안 공정위와 애플이 마련한 잠정 동의의결안에 따라 앞으로 40일 동안 의견수렴을 거치면서 많은 논의가 오가더라도 아이폰의 공시지원금이 오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발전기금 조항이 빠진다는 것만으로 책임 부담이 줄어드는 면이 있다”면서도 “공정위 의견수렴 절차에서 개선방향에 대해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겠지만 요금할인 금액을 고려해 조정하겠다는 것이 애플이 마케팅 비용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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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소보조금 조정절차가 도입되더라도 아이폰을 내세운 애플의 우월한 시장 지위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다시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최소보조금 설정 시정안을 공정위와 애플이 같이 내놨기 때문에 이통사의 공시지원금 책정 범위에 대해서도 간섭했다는 점은 고쳐야 할 문제로 꼽힌 것”이라면서도 “판매장려금 지급을 하지 않으면서 합리적인 기준으로 보조금 규모를 협의한다면 오히려 공시지원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