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보험사' 설립을 예고한 카카오가 더딘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잠재적 경쟁자인 캐롯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이 고군분투하며 업계에서 존재감을 쌓아가는 가운데도 카카오는 사업계획 구축에 애를 먹으며 시간을 지체하는 모양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는 카카오는 아직까지 예비인가 신청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화재와의 결별로 독자 노선을 택한 뒤 사업계획을 재검토하는 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회사 측 전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7월이나 8월 중 금융위원회에 보험업 예비인가를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카카오 측이 기본적으로 내년 영업 개시를 목표로 하는데다, 5월에 접어들어서는 계리와 상품기획, 회계 등 보험업 전문가 영입에 팔을 걷어붙인 바 있어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카카오 측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보험사가 윤곽을 드러내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엔 삼성화재의 이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품개발과 리스크 관리, 민원, 규제 등 복잡한 보험업을 이해하려면 기존 금융회사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마땅한 조력자가 없다보니 카카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덧붙여 카카오엔 보다 탄탄하고 설득력 있는 사업모델이 필요한 실정이다.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놓고 금융사의 불만이 커지는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 역시 보험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자동차보험 판매 수수료 논란에 휩싸이며 손해보험사와 얼굴을 붉혔다.
다만 더 이상 시간을 보내는 것은 카카오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똑같이 '디지털 보험사'를 표방하는 캐롯손보와 하나손보 등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서다.
캐롯손보의 경우 매월 탄만큼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인기와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주요 주주의 도움에 힘입어 차츰 본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1분기엔 24억원에 불과하던 영업수익(매출)을 2분기까지 누적 9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영업을 본격화한 이래 소비자가 꾸준히 유입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퍼마일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이미 7월에 2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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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손보도 '디지털 기반 손보사'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차원의 유상증자로 1천260억원의 자금을 수혈한 데 이어 최근엔 IT 전문 인력을 영입하며 위용을 갖춰나가는 모습이다. 이들은 그룹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해 '신생활보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며, 하반기엔 특화보험 상품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공개하긴 어렵지만 보험업 준비 작업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사업 계획에 대한 검토가 끝나는대로 금융위에 예비인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