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담 조직으로 새 진용을 꾸린 하나손해보험이 이번주 유상증자 방안을 구체화한다. 숙원인 대규모 자본 확충 문제가 풀리면서 이 회사의 '디지털 기반 손해보험사' 전환 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손보와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21일과 2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안을 논의한다. 하나손보 측이 먼저 유상증자를 결의하면, 지주가 최종 참여 금액을 확정하는 식이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하나손보는 증자를 위해 1주당 4천168원에 주식을 발행한다. 2대 주주 교직원공제회(지분율 30%)의 참여 여부에 따라 유동적이나, 업계에선 총 증자 규모를 700억~1천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본 확충 후 3월말 기준 128.32%인 하나손보의 지급여력(RBC)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넘어서게 된다.
하나손보로서는 증자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이 업계 최하위 수준인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적기에 지급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수치다.
하나금융 측은 그간 다양한 증자 방안을 검토해왔으며, 그 중 하나손보의 신주를 액면가(5천원)보다 낮은 가격에 발행하려는 계획이 지난달 법원의 승인을 얻자 의사결정에 속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손보 주식 2천240만주를 사들일 때의 비용이 1주당 3천400원(총 770억원) 수준이었던 만큼 회계법인의 진단을 거쳐 비슷한 전략을 세웠다는 전언이다.
지주의 조력에 힘입어 하나손보는 재무 부담을 덜어내고 '디지털 전환'이란 핵심 목표에 다가설 수 있게 됐다.
하나손보는 지난주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갖춘 상태다. 특히 김재영 부사장 직속 디지털본부를 구축해 디지털전략팀과 디지털추진팀, 프로젝트별 애자일 스쿼드(Agile Squad) 운영토록 했고, 시너지를 강화할 ICT전략팀도 이들 산하로 편입시켰다. 아울러 상품전략본부와 영업본부로 조직을 분리하고, 보상조직 효율화를 위해 보상부 통합과 센터 편제 변경 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향후 하나손보는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디지털본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플랫폼 기반 특화 상품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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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하나손보는 '신생활보험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약속하며 여러 기업과 협업해 여행자, 레저, 특화보험 위주의 상품을 내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동시에 경력직 채용공고를 통해 시스템 운영·개발 부문과 데이터 분석 등 IT 분야 전문가 확보에도 신경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현재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디지털본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공개될 경영 컨설팅 결과에 발맞춰 이들과 함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