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보험사’ 구축에 속도를 높이며 손해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기업의 등장으로 캐롯손해보험이 고군분투하는 디지털 보험 시장에 활기가 띨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는 카카오 측은 최근 예비인가 신청에 앞서 사업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채용공고를 내고 계리와 상품기획, 회계 등 전문가 영입에 착수했으며, 보험업을 위한 소프트웨어 등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화재와의 결별에 독자 노선을 택한 카카오는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마치는대로 조속히 예비인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나, 내년 영업 개시를 목표로 하는 만큼 늦어도 이달 중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손해보험도 이달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진다. 이 회사 역시 지난 2일 홈페이지에 27개 부문에 대한 경력직 채용공고를 내며 인재 확보에 나선 상태다. 특히 시스템 운영·개발 부문과 데이터 분석 등 IT 분야에서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겠다고 선언해 시선을 모으고 있다.
하나손보가 추구하는 모델은 '디지털 기반 종합손보사'다. 기존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그룹 디지털 인프라로 IT 부문을 강화해 '신생활보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하나금융의 온라인 채널 등과 협업해 여행자, 레저, 특화보험 위주의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의 행보가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디지털 보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안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 회사가 독특한 상품을 앞세워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고, 가입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사실 디지털 보험사는 대면영업이 제한된 탓에 소비자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존 보험사와 달리 설계사나 지점을 둘 수 없고 텔레마케팅(TM)도 불가능해서다. 따라서 뉴스나 온라인 광고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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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 업계 내 유일한 온라인 전업 보험사인 캐롯손보도 마찬가지다.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스마트온(ON)보험’ 등 혁신적인 상품의 호평 속에 인지도를 쌓아가고는 있지만, 소비자 유치가 어려워 더딘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디지털 보험 시장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더 많은 기업과 상품이 필요하다”면서 “카카오페이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은 분명 캐롯손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