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디지털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올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혁신적인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업계에 이름을 각인시키긴 했으나 온라인으로만 소비자를 모으고, 저렴한 상품이 주를 이루는 사업 특성 탓에 더딘 걸음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화손해보험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1분기 영업수익 약 24억원과 순손실 54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을 평가하긴 이르지만 사업을 준비하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9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조금씩 적자폭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캐롯손보의 1분기 실적은 소비자 영업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디지털 보험사로서 다른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앞선다.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보는 연초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전에 없던 상품으로 시장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였다.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캐롯손보는 주기적으로 독특한 상품을 선보여 경쟁사와 소비자의 관심을 모았다. 매달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 스위치를 켜고 끄듯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스마트온(ON)보험’이 대표적이다. 상품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캐롯손보는 현재 총 4건의 배타적사용권(일정기간 독점판매 권한)을 부여받은 상태다.
그럼에도 캐롯손보의 수익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것은 대면영업이 제한된 디지털 보험사의 특성 때문이라고 업계는 진단한다. 기존 보험사와 달리 설계사나 지점을 둘 수 없고 텔레마케팅도 불가능해 소비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캐롯손보에 따르면 소비자 대부분은 뉴스나 온라인 광고 등을 접한 뒤 이 회사의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소비자를 대거 유입시킬 만한 기회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생활밀착형 상품이라 가격이 높은 수준도 아니다. 캐롯손보의 상품 가격은 대부분 1만원 아래로 형성돼 있다. ‘캐롯 990 운전자보험’의 경우 매달 990원을 납부하면 되며, ‘스마트온(ON)보험’은 쓴 만큼 보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라 그 금액이 크지 않다. 외부에서 회사의 수익성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다.
이는 디지털 보험사 설립을 준비 중인 후발주자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소비자를 유치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한다면 성장통을 피할 수 없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현재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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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캐롯손보 측은 본격적으로 영업에 착수한 2분기부터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간의 홍보 활동이 속속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일례로 2월에 출시한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가입자 수가 초기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캐롯손보는 현대자동차, 현대카드 등과의 제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추가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1분기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실적을 유의미한 수치로 보긴 어렵다”면서 “4월부터 마케팅 채널을 확대한 결과 성장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보험사인 만큼 소비자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등 기술적 성과를 내는 데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