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주민등록번호 수집할 근거 마련돼야"

두나무 황순호 대외협력팀장 "암호화폐 AML 효과내려면 실지명의 수집 필요"

컴퓨팅입력 :2020/08/25 16:57    수정: 2020/08/26 14:52

"암호화폐 거래소도 전통 금융기관처럼 이용자의 '실지명의(實地名義)'와 관련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방지가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최근 강남 두나무 본사에서 만난 황순호 두나무 대외협력팀장은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실행 전에 이 문제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 특금법은 암호화폐 사업자에 대한 신고제를 도입하고, 기존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 3월 통과됐다. 사업자들의 준비 기간을 감안해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기존 사업자들은 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개정 특금법에 맞춰 고객확인절차(KYC), 의심거래 보고, 내부통제 등을 포함한 '자금세탁방지 통합 시스템'을 최근 구축했다.

두나무 황순호 대외협력팀장

황 팀장은 "이전에 도입해 산발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솔루션과 특금법에 대비해 추가한 솔루션을 하나로 합쳐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효율화했다"면서 "특금법이 시행되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즉시 이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스템을 완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먼저 고객확인제도(KYC)와 관련해 자체 시스템에서 수행하던 왓치리스트 필터링을 새로운 시스템에서 일원화해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회원의 위험도에 따라 주기적으로 고객확인(CDD)을 재이행하고,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거래가 발생했을 때도 CDD를 수행하도록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자금세탁 의심거래가 포착되면 의심거래 보고서를 작성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임직원의 암호화폐 매매 금지를 포함한 내부통제 기준도 통합 시스템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하게 시스템을 갖췄어도,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권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무엇보다 회원의 실지명의인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더불어 금융결제원을 통해 신분증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모든 금융 기관은 금융실명법에 따라 이용자의 실지명의를 수집하고 있다. 암호화폐 사업자는 개정 특금법에서 '금융기관 등'에 포함됐지만, 실지명의 수집에 대한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업비트의 경우 회원 가입 시 휴대폰 본인인증을 통해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 제한된 정보만 수집하고 있다. 카카오 계정 인증도 진행하고 있지만, 그 정보가 업비트에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황 팀장은 "거래소가 제한된 회원 정보만 가지고 있으면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기관에서 보고해도 실제 추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자금세탁은 전체 금융기관의 거래를 연결해서 분석해야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지 명의를 수집하지 않으면 그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게 되면, 금융결제원의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부여되야 한다고 황 팀장은 강조했다.

그는 "금융결제원의 신분증 진위확인 망을 이용할 경우 신분증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은 민원24, 운전면허증은 도로교통공단, 외국인은 하이코리아에서 각각 수기로 확인할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가입절차가 늦어질 수 밖에 없어 실지명의 수집 근거 마련과 함께 신분증 진위확인 망 이용 권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마지막으로 "고객 입장에서는 가입이 간편한 거래소를 선호할 수 밖에 없으니 거래소들도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주민등록번호 같이 관리가 까다로운 정보는 받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어떤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지 보다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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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현 PD(lusy33@zdnet.co.kr), 김지학 PD(hijihac@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