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에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해 190만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지자체들과 기업들이 앞 다퉈 정부 사업을 수주해 예산을 확보하고, 일자리 창출과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과 위주의 실효성 없는 정책들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턴 위주의 단기 일자리라 하더라도 전문성을 키워 창업을 하거나 정규직 취업을 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재정 지원이 새로운 교육 기관이나 센터를 세우는 데 쓰이기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각 영역별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도전하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과, 실질적인 제도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판 뉴딜 정책에 지자체 사업 잇따라 발표
한국판 뉴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 선도를 위한 국가발전전략이다.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AI) 생태계 강화를 위한 ‘디지털 뉴딜’ ▲도시와 공간, 생활 인프라의 녹색전환을 돕는 ‘그린 뉴딜’ ▲안정적인 고용과 재취업을 돕는 ‘고용사회안전망 강회’ 등 총 세 축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67조7천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88만7천개를,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1천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총 예산은 국비 114조1천억원, 지방비 25조2천억원, 민간투자 20조7천억원으로 구성된다.
이 같은 한국판 뉴딜 정책이 발표되면서 지자체들도 신규 청년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사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한국판 뉴딜과 연계한 디지털 및 전기차 분야의 도내 우수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규 청년 일자리 발굴 계획을 밝혔다. 도는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된 청년들에게 월 200만원씩 2년 간 임금 지원, 연 300만원 상당의 자격증 취득 및 직무특화교육 제공, 3년 차까지 계속 근무 시 인센티브 1천만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전북 전주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2020년 지역ICT 이노베이션 스퀘어 조성사업’을 따냈다. 전주시는 총 66억원을 들여 전주역 앞 VR AR제작거점센터에 교육장과 공동작업실 등을 갖춘 디지털 뉴딜 인재 양성 복합교육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실무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융합 인재 1천명을 양성한다는 구상이다.
충청남도는 2025년까지 4조7800억원을 투입해 4만1천881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충남형 뉴딜 종합계획’ 추진 소식을 밝혔다. 디지털, 그린뉴딜과 사회안전망 강화 사업을 통해 충남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한국판 뉴딜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충남형 뉴딜 10대 대표 사업으로는 ▲내포신도시 내 IT클러스터 조성 ▲공공기관 재택근무 시범 운영 ▲충남 빅데이터 허브 플랫폼 구축·운영 ▲스마트 의료 및 돌봄 인프라 구축 ▲서천 브라운필드 ‘스마트 국제환경테마특구’ 조성 ▲가로림만 해양생태계 신성장 거점 조성 ▲지역 에너지 산업 전환 지원 ▲그린 스타트업 타운 조성 ▲충남형 디지털 뉴딜 일자리 ‘청년키움’ 사업 ▲충남형 언택트 직업훈련 센터 설립·운영을 꼽았다.
“종합 계획에 담지 못한 구체적인 일자리 인재 양성 계획 나와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한국형 뉴딜 정책에서 빌표한 일자리 수는 투입한 재정 규모에, 고용 유발 계수를 곱해 이뤄진 간접적 고용창출 효과를 뜻한다. 즉, 실질적인 일자리 수가 아닌, 재정 투입에 따라 추산되는 개념적인 일자리 수에 불과하다. 기대치와 현실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정책조정총괄과 김선아 사무관은 “한국판 뉴딜 정책에 담긴 일자리 창출 계획은 직접 일자리를 뜻하기보다, 대부분 투입한 재정 규모에다 고용 유발 계수를 곱한 간접적 고용창출 효과 방식으로 산출한 수치”라면서 “종합 5개년 계획이다 보니 구체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내년 예산안이 나오고, 뉴딜 실무지원단의 활동이 본격화 되면 보다 구체적인 일자리 정책과 인재 양성 계획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AI 등 SW 인재 양성 역시 각 기업과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집중 육성하고,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들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들이 빠른 시일 내에 제시돼야 한다.
■ “단기 인력들의 역량 강화 필요...기존 인프라 활용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 정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고용 대기 인력들을 취업 인력으로 이어주는 사회보장적인 취지로 시행되기 때문에, 그 효과를 과장하거나 지나친 기대를 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성균관대학교 김광수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뉴딜 사업은 정부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목적보다, 실업 인력들을 경제 활동에 끌어들이기 위한 취지에 가깝다”면서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 디지털 댐 구축에 많은 예산이 책정됐는데, 일례로 데이터를 분류하는 단기 인력들이 고용된다고 했을 때 사업이 끝나고도 이들이 창업을 하거나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AI와 SW 인재양성을 한다는 계획과 관련해 기존 교육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 운영을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담당해야 살아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광수 교수는 “사업 수행 공공기관마다 OO센터를 만들 것이 아니라 이미 인력 양성 노하우가 쌓여있고 인프라가 갖춰진 기존 교육센터와 기관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서 “국민 누구나 AI와 SW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있는데, 그 효과와 지속성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재정 지원과 제도 혁신 병행돼야”
결국 한국판 뉴딜 정책이 일자리 창출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이라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과 더불어, ‘제도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김홍일 센터장은 “일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나야 한다. 새로운 일거리는 새로움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면서 “또 규제 문제를 시장 미성숙으로 판단해 재원을 투입하는 것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각과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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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교수는 “우선 과감한 재정투자와 더불어 제도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디지털 뉴딜로 추진하는 비대면 온라인 건강관리 서비스는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가 해소돼야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AI 코어가 되는 알고리즘이나 기초 연구도 필요하지만, 특정 영역을 전공하고 지식을 갖춘 사람이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면서 “각 영역에 AI 기술과 기법을 도입해 더 나은 성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문학적 사고와 IT 지식을 갖춘 융합형 인재에 재정과 노력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