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사회 경제 분야에서 전반적인 구조개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소비와 투자 등 실물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제 상황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재난지원금이나 부분적인 산업 육성책 만으로는 경제 전반의 동시다발적인 충격과 불확실성을 벗어나기 쉽잖은 상황에 이른 것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전례 없는 수준의 과감한 정책대응에 나섰고, 디지털 뉴딜을 핵심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마련됐다.
디지털 뉴딜의 핵심은 데이터 댐에 모인 많은 양의 데이터, 그리고 이 데이터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데이터 고속도로가 꼽힌다. 관련 정책 분야의 수장인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거듭 “데이터 고속도로의 중심인 5G 통신이 중요하다”면서 민간 이동통신사에 투자 독려를 강조하는 이유다.
결국 범 정부 차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 뉴딜의 성공을 위한 핵심조건 가운데 하나로 5G 통신에서 민간 투자 확대가 거론되는 것이다.
■ 5G 투자 확대냐, 속도조절이냐
상용화 1년이 갓 넘은 5G가 국가 핵심 전략에서 중요한 조건이 됐지만 이에 대한 투자 확대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통신산업은 신규 네트워크 투자에 수조원의 비용이 든다. 한번 설치하고 끝나는 투자가 아니라 끊임없는 유지보수가 수반되고, 초연결시대에 들어서는 보안 위협에 대응하는 투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 정책이 발표된 이후 KT,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 4사가 밝힌 5G 네트워크 구축 투자 계획 규모는 향후 3년간 약 25조7천억원 수준이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화답하기 위해 업계에서 통큰 결단을 내렸지만, 향후 투자 계획도 3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할 만큼 네트워크 구축 투자 확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또한 신산업 육성에 필요한 5G 네트워크 투자 계획은 아직 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상황이다. 일반인 이용자 외에 B2B 시장과 같이 산업 전용 목적의 네트워크 투자 계획은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기대 수익을 예상할 수 있어야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데 이 분야에 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는 셈이다.
5G 투자 속도조절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기회가 명확히 보인다면 그에 걸맞는 투자를 이어갈 수 있지만, 사업모델이 명확하지 않다면 투자 계획이 밀릴 수도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다.
■ 디지털 뉴딜의 대동맥 고속도로…AI 덩달아 확산
디지털 뉴딜에서 직접적인 5G 통신 관련 내용은 크게 5G 기반 융합서비스 발굴과 국가 주도 5G 공공서비스의 선제 적용 등으로 요약된다.
5G 통신은 기존의 휴대전화(IMT) 서비스에 그치는 게 아니다.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는 5G를 단지 데이터 전송속도가 더 빠른 이동통신으로 보기보다 모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촉매제로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5G 상용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융합서비스의 발굴과 확산은 저조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의 실감콘텐츠와 자율주행차, 로봇 등을 예로 들면서 5G 융합서비스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같은 융합서비스로는 온라인 K-팝 공연과 같은 XR 융합프로젝트, ICT 기반의 스마트 박물관과 미술관, 디지털 교육콘텐츠, OTT 특화콘텐츠 개발 등 실감형 콘텐츠 제작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로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개발, K-시티와 같은 테스트베드 고도화를 거쳐 자율주행차를 통한 셔틀과 배송 서비스의 실증을 추진하고 육지에 이어 해상에서도 자율운항선박을 5G 기반으로 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감콘텐츠 활용 온라인학습플랫폼, 지역 병원간 원격협력진료, 지능형 CCTV 고도화와 같은 공공서비스 개발도 5G 융합서비스 확산 과제다.
5G를 기반으로 하는 정부 공공 서비스 구축도 주목할 부분이다.
우선 국가 업무망을 유선에서 5G 무선 기반으로 바꾸는 대형 프로젝트가 디지털 뉴딜에 한 대목을 차지하고 있다.
39개 중앙부처 모두 5G 국가망을 적용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업무 환경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2025년 이후에는 지방자치단체도 5G 무선망을 도입해 공공 행정 서비스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5G에 관련된 디지털 뉴딜 세부 계획은 항상 인공지능(AI)과 함께 맞물린다. 5G 융합 확산과 AI 활용 확대는 데이터 댐을 비롯한 디지털 뉴딜 산업 생태계의 주요한 공식이다.
■ 5G 투자 세제 혜택은 재난지원금
이처럼 5G 기반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첫 번째 조치는 5G 무선국 신설 등록면허세 감면이다.
현재 5G 민간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감면 필요성과 대상, 기간, 감면률 등이 주요 논의 대상으로 행정안전부가 10월 내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선국 등록면허세 감면과 함께 5G 투자 추가 세액 공제가 주로 논의되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이 지난해 개정되면서 투자비의 최대 3%까지 세액공제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최초 상용화에서 최고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는 국회의 공감대 형성으로 투자 지원 제도가 마련됐지만 추가 공제 조건이 까다롭고, 네트워크 설비 투자 전체에 해당하지 않아 실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세액 공제는 기획재정부와 통신산업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협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범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한국판 뉴딜에 걸맞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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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재난지원금이 지급됐을 당시 민간의 소비 촉진이 이뤄졌던 것처럼 정부의 지원이 추가적으로 이뤄지면 한국판 뉴딜의 기반 과제인 데이터 고속도로 인프라 건설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세계 최초 상용화 과정까지는 민관의 협업이 큰 힘이 됐지만, 5G 선도 국가로 오르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협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이 분명 앞서나갔지만 5G 구축 확대 면에서 보면 다른 나라들이 따라잡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