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국계 보험사가 연이은 매각설에 술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모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떠안은 탓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AXA손해보험은 최근 매각설에 휩싸였다. 프랑스 AXA그룹이 이 회사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적 원매자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AXA손보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시장에선 매각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이미 매각 가격이 2천억원 안팎일 것이란 계산까지 나왔다.
다만 AXA손보를 비롯한 보험업계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매각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회사나 임직원에게 도움이 되겠으나,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친다면 기업 이미지만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다.
사실 외국계 보험사의 매각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말부터 미국계 메트라이프, 중국계 ABL생명과 동양생명, 홍콩계 AIA생명 등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꾸준히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 중 공개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곳은 없다. 지난달에는 라이나생명이 매각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가 대주주인 미국 시그나그룹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잠잠해지기도 했다.
이처럼 외국계 보험사의 매각설이 반복되는 것은 열악해지는 시장 환경과 무관치 않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는데다, 저금리·저출산 기조에 수익성까지 악화돼 각 회사의 모기업으로서도 한국 사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견해다.
특히 IFRS17은 보험부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게 핵심인 만큼, 보험사는 새로운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금을 더 쌓아야 상황이다. 과거 5~6%대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팔았다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때문에 각 외국계 보험사의 모기업은 한국 사업 정리 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이 예상보다 높은 약 2조3천억원에 KB금융으로 넘어간 것도 이러한 고민의 계기가 됐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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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에서는 보험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각이 추진될 경우 손해보험사나 생명보험사를 필요로 하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등 금융지주사가 인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도입과 시장 포화 등 이슈로 보험업 전망이 어두워진 것은 사실이나 각 보험사가 실제로 매각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라면서 "일각에선 투자은행(IB) 업계가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소문을 흘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