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가운데 ARM 창립자들이 잇달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RM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한편 소프트뱅크가 사업 전략 실패를 ARM 매각으로 덮으려 한다는 에두른 비판도 나왔다.
ARM 창립자 중 한 명인 헤르만 하우저는 이달 초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공개경고하고 나섰다. 또다른 창립자인 튜더 브라운 역시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 시도는 실패한 사업전략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 단초가 된 실적 악화도 2분기에는 사상 최고 수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극적인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ARM 매각설이 표면화된 7월 중순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 ARM 창립자 "ARM 매각, 재앙이 될 것"
헤르만 하우저는 1990년 에이콘 컴퓨터에서 ARM을 분사시켜 창립한 핵심 창립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후 1997년 벤처 캐피털인 '아마데우스 캐피털 파트너스'를 설립해 영국 IT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설이 대두되던 이달 초 영국 BBC와 인터뷰를 통해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ARM 사업 모델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은 누구에게나 지적재산권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며 소프트뱅크는 반도체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중립성이 유지되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ARM의 고객사는 대부분 엔비디아의 경쟁사들이며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ARM 대신 다른 대안을 찾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16년 ARM 인수 당시 소프트뱅크는 ARM 본사를 케임브리지에 두고 고용을 촉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해진다. 헤르만 하우저는 "ARM은 독립적인 조직이 아닌 엔비디아의 사업 부문으로 흡수되고 모든 결정은 영국이 아닌 미국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소프트뱅크, IoT에 돈 너무 많이 썼다"
또다른 ARM 설립자이자 전 대표인 튜더 브라운 역시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은 (ARM에) 너무 지나친 돈을 쓰고 잘못된 사업영역을 우선하는 등 실패한 사업 전략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1983년 ARM을 설립하고 CTO, COO를 거쳐 2012년 ARM에서 물러났다.
튜더 브라운은 지난 17일(영국 현지시간) 영국 정치 전문 주간지 '뉴스테이츠맨'과 인터뷰를 통해 "소프트뱅크는 돈을 지나치게 많이 썼고 단기에 수익을 거둘 수 없는 것이 분명한 곳에 돈을 쓴 결과 현재는 '아 이런, 이 회사 시원찮다'라고 말한다"고 비난했다.
튜더 브라운이 '잘못된 곳'이라고 비판한 곳은 바로 IoT(사물인터넷) 사업부문이다. 실제로 2016년 ARM 인수 당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IoT의 가능성을 보고 인수한 결과"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IoT 사업부문을 위해 2천명 이상을 신규 고용하는 등 꾸준히 투자해 왔다. 그러나 결국 ARM은 이달 초 IoT 사업 부문인 'IoT 플랫폼'과 'IoT 트레져 데이터'를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로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ARM에는 반도체 설계 부문만 남겼다.
■ 소프트뱅크 실적도 지속 개선..IPO·일부 매각 가능성도
올 3월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던 소프트뱅크 그룹의 실적도 2분기 이후 크게 개선되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올 1분기 1조 4천381억엔(약 16조원) 순손실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2분기 실적은 이와 정반대로 약 1조 2천557억엔(약 14조원)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반등했다.
이는 ARM을 포함 위워크 등 다수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비전펀드 실적이 주가 상승에 따라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또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위워크에 11억 달러(약 1조 2천800억원)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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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 따라서는 소프트뱅크가 ARM 매각 대신 기업공개(IPO)를 통한 차익 실현, 혹은 일부 지분 매각 등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손정의 회장 역시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을 선택지로 두고 고려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