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왜 ARM을 노릴까?...배경과 파장

[이슈진단+] 소프트뱅크, 엔비디아와 ARM 매각 협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8/03 16:15    수정: 2020/08/03 17:48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진행중이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진행중이다. (사진=엔비디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세계 최대 반도체·명령어셋 설계 전문 기업인 ARM을 매물로 내놓은 가운데, 미국 반도체·그래픽스 기업 엔비디아가 인수를 위한 관련 절차를 진행중이다.

3일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은 ARM 인수에 난색을 표명한 반면 엔비디아는 2016년 ARM 인수시 소프트뱅크가 들인 금액 이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통해 그동안 쌓아왔던 그래픽기술을 모바일용 AP 등에 투입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기존 프로세서 업체가 AP를 확보하며 일어날 수 있는 ARM 아키텍처 독점 등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 우려도 줄어든다.

■ ARM 인수 유력 후보자로 떠오른 엔비디아

지난달 하순부터 이어진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 등 보도에 따르면 현재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와 ARM 인수를 위한 세부 논의에 들어갔다. 특히 엔비디아는 2016년 소프트뱅크가 인수에 들인 금액 320억 달러(약 35조원) 이상을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비디아 이외에 ARM 인수 의사를 보인 기업은 전무하다. ARM 인수시 반독점법 저촉 우려가 있는 인텔이나 사업 영역이 ARM과 큰 관련이 없는 AMD를 비롯해 삼성전자, 화웨이 등은 후보선상에서 제외됐다.

애플은 사업 모델 불일치를 이유로 ARM 인수에 난색을 표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ARM 설립 초기 관여했던 애플 역시 ARM 인수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자체 하드웨어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애플 사업 모델과 각 업체에 기술료를 징수하는 ARM의 모델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 엔비디아는 IoT가 아닌 ARM 생태계 봤다

2016년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할 당시 손정의 회장은 "IoT는 기회이고, ARM의 미래 성장여력을 감안하면 저가에 인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oT 시장에서 ARM의 영향력은 답보 상태인 반면 전통적인 ARM 아키텍처는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ARM 아키텍처는 임베디드 기기와 스마트폰·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는 물론 PC와 서버 등으로 계속 영역을 확장중이다. 퀄컴이 2017년부터 스냅드래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반 ACPC를 내세운 데 이어 애플 실리콘을 쓴 맥(Mac)도 올 연말 등장 예정이다.

암페어 컴퓨팅은 ARM 아키텍처를 적용한 서버 칩을 내놓으며 인텔을 겨냥했다. (사진=암페어 컴퓨팅)

ARM은 서버 시장에서도 조금씩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르네 제임스 인텔 전 사장이 설립한 스타트업인 암페어 컴퓨팅은 인텔 서버용 프로세서인 제온 칩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서버용 ARM 칩을 설계 중이다. 엔비디아 역시 ARM 아키텍처의 확장된 영향력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 '말리' 대체할 그래픽칩셋 개선 유력

엔비디아가 만약 ARM을 인수한다면 가장 공을 들일 분야로 모바일 그래픽칩셋용 IP를 꼽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존페디리서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소비자용·전문가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70% 전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영향력은 미미하다.

반면 ARM이 가지고 있는 그래픽 IP인 말리(Mali)는 퀄컴 스냅드래곤에 탑재되는 아드레노(Adreno)나 애플 A시리즈에 비해 성능 면에서 뒤떨어진다. 또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와 그래픽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에 탑재된 엔비디아 'A100' GPU. (사진=엔비디아)

일부에서는 엔비디아가 ARM의 NPU(신경망처리장치)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텐서 코어 GPU를 앞세워 AI와 빅데이터 분석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한다.

엔비디아가 ARM 아키텍처의 보강에 나서면 이를 전세계 반도체 제조사가 공급받는다. 결국 엔비디아가 ARM에 기술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NPU 등 기존 포트폴리오와 상충하지 않는 모바일 그래픽 등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 아키텍처 사유화·생태계 붕괴 우려 줄어들까

엔비디아는 그간 ARM 기술을 공급받던 반도체 제조업체에도 비교적 거부감이 덜 하다. 엔비디아는 지포스(PC용)·쿼드로(워크스테이션) 등 자체 개발 그래픽칩셋을 기반으로 NPU 등을 만들고 있으며 삼성전자·퀄컴 등과 사업 분야도 크게 겹치지 않는다.

또 강력한 반독점 규제가 적용되는 미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만큼 'ARM 아키텍처 독점화'를 선언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ARM 아키텍처에 의존했던 전세계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생태계 붕괴 우려도 자연히 줄어든다.

■ 인수 자금·기업결합 심사가 '관건'

그러나 양측 간 딜 성사의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16년 소프트뱅크가 들인 320억 달러 이상에 상당하는 현금과 자사 주식을 동원해 ARM을 인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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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엔비디아는 2분기 기준 160억 달러(약 18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여전히 변수로 남은 상황에서 이를 모두 ARM 인수에 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인수 대금 중 상당 부분은 자사 주식으로 충당해야 한다. 가령 200억 달러를 조달하려면 지난 7월 31일 종가 기준 4천700만 주 이상이 필요하다(424.56달러). 또 미국과 일본 등 각국 경쟁당국(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