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검사 시즌이 임박하자 교보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간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분쟁이 재조명되면서 검사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달부터 교보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한다. 현재 회사 측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하면서 일정 등 세부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검사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금융회사의 경영상황 전반을 들여다보는 검사다. 금감원은 연초 검사업무 운영계획을 발표하며 보험사 종합검사에선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지배구조 ▲건전성 부문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 여부, 보험금 지급 적정성, 성과보상체계의 합리성, 대주주 거래절차, 지급여력(RBC)비율 관리 등이 주요 항목이다.
교보생명에서도 금감원은 상품 약관과 보험금 지급 문제 등을 주로 검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교보생명의 상반기 민원건수는 1천843건으로 전년 동기의 1천828건보다 소폭 늘어 지적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생보업계 빅3로 묶이는 삼성생명(2천959건)과 한화생명(1천821건)의 민원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 중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금감원이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 간 법정 분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현재 신 회장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를 비롯한 FI 컨소시엄과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FI 측이 제시한 풋옵션 행사 가격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악연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천원으로 FI 컨소시엄에 넘기며 풋옵션을 포함한 계약을 체결했다. 교보생명이 3년 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기한 내 교보생명의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FI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기에 이르렀고, 신 회장은 계약의 적법성과 유효성 부족을 이유로 응하지 않으면서 양측의 불화가 시작됐다. 딜로이트안진이 산출한 주당 40만9천912원의 풋옵션 행사 가격이 신 회장 측 생각(약 20만원)보다 높다는 게 쟁점이었다.
또 신 회장은 지난 3월엔 딜로이트안진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기준을 어겼다는 이유다.
풋옵션을 둘러싼 갈등은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아직 ICC의 판결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서다. 일단 9월엔 양측의 첫 대면 변론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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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비슷한 시기 종합검사를 진행하는 금감원의 판단이 관건이다. 당장 개선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교보생명의 경영권과 지배구조 향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사안인 만큼 감독당국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역시 ICC가 FI 측 주장을 수용하고 신 회장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회사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 점검의 일환으로 회사의 지배구조까지 살펴볼 수는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검사할지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