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의 반독점 소송 항소심에서 승리했다. 1심에서 패소하면서 비즈니스 관행 수정 압박을 받았던 퀄컴은 이번 판결로 한숨 돌리게 됐다.
씨넷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순회항소법원은 11일(현지시간) 퀄컴의 라이선스 관행은 경쟁 위배 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라이선스를 하지 않을 경우 칩을 공급하지 않는’(no license-no chips) 정책을 비롯한 퀄컴의 4개 비즈니스 관행을 반독점 행위로 간주했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항소법원은 퀄컴이 스마트폰 칩 공급 경쟁사들에게 추가 요금을 부당 징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로열티 부과 때 경쟁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판결했다.
또 퀄컴이 2011년과 2013년 애플과 체결한 계약 역시 CDMA와 LTE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법원은 “연방 반독점 법에 따르면 반경쟁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극도로 경쟁적인(hypercompetitive)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퀄컴은 수 년 동안 3G와 4G 모뎀 칩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행사했으며, 해당 시장에서 강력하고 파괴적인 비즈니스 관행을 행사해 왔다”면서 “퀄컴은 열정, 상상력, 헌신과 창의력을 통해 경제적 근육을 유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돈 로젠버그 퀄컴 총괄부사장 겸 최고법무책임자는 “연방항소법원이 지역법원 판결을 만장일치로 뒤집으면서 우리 비즈니스 모델과 특허 라이선싱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입증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퀄컴이 업계에 끼친 엄청난 기여를 강조했다”고 논평했다.
또 “이런 중요한 사건을 사려 깊게 고려해준 재판부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2017년 FTC 제소로 시작…1심에선 FTC 승소
이번 소송은 2017년 FTC 제소로 시작됐다. 지난 해 열린 1심 소송 당시 FTC가 문제삼은 퀄컴의 비즈니스 관행은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 ‘라이선스를 하지 않을 경우 칩을 공급하지 않는’(no license-no chips) 정책
둘째. 인센티브 프로그램 (퀄컴 칩 사용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 인하)
셋째. 라이벌 칩셋 업체엔 특허 기술 공여 거부
넷째. 애플과의 배타적 거래.
이런 주장에 대해 1심 재판을 이끈 루시 고 판사도 대체로 동의했다. 루시 고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퀄컴이 2011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애플에 크게 네 가지 종류의 반독점 행위를 했다고 적시했다.
첫째. 애플이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모뎀 칩 판매 거부. 심지어 샘플조차 공유하지 않음.
둘째. 인텔이 제공하는 경쟁 표준 말살.
셋째. 애플이 갖고 있는 특허 전부를 크로스라이선스 할 것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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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독점 계약 강요. 이 때문에 퀄컴 경쟁사들은 2011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애플에 모뎀 칩 판매를 하지 못함.
이런 판결과 함께 퀄컴에 대해 향후 7년 동안 매년 비즈니스 관행 시정 현황을 FTC에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퀄컴은 이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 상황을 완전히 뒤집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