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 코어와 고성능 코어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모바일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넘어 PC용 프로세서로 확산되고 있다.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ARM이 2011년 고안한 빅리틀(big.LITTLE) 아키텍처는 2014년부터 스마트폰·태블릿용 AP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인텔 역시 이 구조를 상당부분 벤치마킹한 하이브리드 프로세서를 지난 7월 발표했다. AMD 역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 특허를 최근 출원했다.
■ 모바일 환경에 보편화된 ARM 빅리틀 컴퓨팅
ARM 빅리틀은 주로 배터리로 작동하는 저전력 프로세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1년 처음 등장했다. 부하가 크지 않은 작업을 처리할 때는 저전력 코어를 활용해 전력 소모를 낮추고 고성능 작업이 필요할 때는 고성능 코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저전력 코어와 고성능 코어를 나누어서 필요에 따라 작업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작동했지만 이는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을 지녔다. 현재는 서로 다른 코어를 클러스터(Cluster) 형식으로 묶어 작동하는 다이내믹(DynamIQ)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퀄컴 스냅드래곤 865는 2.84GHz로 작동하는 코어 1개, 2.42GHz로 작동하는 코어 3개와 1.8GHz로 작동하는 코어 4개 등 총 8개 코어를 탑재했다. 애플 A13 바이오닉은 2.65GHz로 작동하는 고성능 코어 2개, 저전력 코어 4개 등 6개 코어를 쓴다.
■ 인텔, 하이브리드 프로세서 상용화
인텔은 서로 다른 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 IP를 자유롭게 쌓아 올리는 고유 3차원 적층 기술인 포베로스(FOVEROS)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프로세서(개발명 레이크필드)를 생산중이다.
하이브리드 프로세서는 10nm(나노미터) 기반 고성능 코어 1개와 저전력 코어 4개가 한 다이 안에 탑재되어 있고 고성능 코어 작동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실행에서 개입하는 방식이다.
가로·세로 12×12mm 면적 안에 싱글/쿼드코어 프로세서 2개와 LPDDR4x 메모리, UFS 저장장치까지 집적해 기판(메인보드) 크기를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현재 코어 i5-L16G7, 코어 i3-L13G4 등 두 개 제품이 생산중이며 이를 탑재한 첫 제품인 삼성전자 갤럭시북S가 지난 7월 국내외 출시됐다. 레노버 역시 폴더블PC인 씽크패드 X1 폴드를 개발중이지만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 AMD는 명령어 기반 하이브리드 구성 연구중
AMD 역시 PC용 프로세서에 ARM·인텔과 유사한 하이브리드 구조를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최근 공개된 AMD의 특허 출원 관련 문서에 따르면, AMD는 프로세서가 처리하는 명령어를 고성능 코어가 처리하는 명령어와 저전력 코어가 처리하는 명령어로 분류한 다음 각 코어에 분배해 실행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저전력 코어가 작업을 처리하다가 고성능 코어 처리가 필요한 명령어나 기능과 만나면 이를 고성능 코어로 넘겨 처리하는 방식이다. 고성능 코어와 저전력 코어는 클러스터(Cluster)라는 단위로 묶이게 되며 캐시 메모리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서로 주고 받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또 고성능 코어와 저전력 코어 어느쪽이든 사용하지 않을 때는 꺼져서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방지한다. 단 주요 IT 기업이 출원하는 특허가 모두 상품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AMD가 하이브리드 구조를 연구중인 것만은 분명하다.
■ 하이브리드 장점 끌어내려면 운영체제 지원이 필수
하이브리드 구조 프로세서의 장점을 완벽히 끌어내려면 운영체제의 최적화가 필수적이다. 어떤 코어에 어떤 작업을 배분할 지 효과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면 오히려 전력 효율과 성능이 모두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의 기반이 되는 리눅스 운영체제는 이미 ARM 빅리틀 구조에 따라 자동적으로 코어를 전환하거나 작업을 멈추는 등 효과적인 구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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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PC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윈도10 운영체제는 같은 종류의 코어를 여러 개 탑재한 프로세서에만 최적화되어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인텔 하이브리드 프로세서 역시 이런 문제 때문에 작업 배분 권한 중 상당수를 프로세서가 제어한다.
그러나 저전력 코어와 고성능 코어를 조합해 효율을 끌어 올리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긴 배터리 이용시간이 필수적인 노트북 전력 효율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며 데스크톱용 프로세서에 적용해도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을 지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