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부 정부가 화웨이 배제 결정을 내린 것과 달리, 유럽 주요 국가들은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참여를 여전히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국의 통신업계와 화웨이의 스마트폰 유통을 담당하는 협력사들도 관계 훼손을 우려하며 정부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스위스 종합일간지 타게스안차이거의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대표 이동통신사 선라이즈는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여전히 화웨이와 협력하고 있다.
■ 스위스 선라이즈 “사이버 보안, 하나의 장비 공급사 배제로 확보할 수 없어”
롤프 지볼트 선라이즈 대변인은 "화웨이에 대한 선라이즈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면서 "선라이즈의 네트워크 보안은 확실하다. 단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화웨이뿐 아니라 거래하고 있는 모든 장비 업체에 대해 위험 요소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라이즈의 엘마 그라스 최고기술책임자도 최근 독일 최대 주간지 디 자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정치인들은 복잡한 문제를 그냥 단순하게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사이버 보안은 하나의 장비 공급사를 배제함으로써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화웨이가 신뢰할 수 없다는 증거를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엘마 CTO는 "화웨이의 기술은 상당히 앞서 있으며 선라이즈는 화웨이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또 다른 이통사 솔트 모바일도 화웨이와 계속 협력할 것임을 밝혔다. 엘비라 브루그만 대변인은 "우리는 화웨이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며 "5G의 성공적 구축을 위해 복수의 장비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솔트 모바일은 노키아 장비만 이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지난 3월부터 화웨이 장비도 사용하고 있다.
■ 네덜란드 KPN “화웨이 장비 막지 않을 것”
네덜란드 통신그룹 KPN도 화웨이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주스트 파워크 KPN 사장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KPN이 이미 주요 시스템에 화웨이 제품을 다량 사용 중이고 관련된 우려에 대해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스트 사장은 “KPN은 영국에서 어떤 결정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이들 국가들이 안보 정책을 결정할 때 어떤 이유로 화웨이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에스토니아 이통사 엘리사는 화웨이 기술 규제가 에스토니아의 5G 네트워크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에스토니아 경제부는 화웨이를 비롯해 자국 5G 네트워크에 있는 비 EU 통신 기술을 제한하려는 통신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엘리사 CEO 사미 세페넨은 이러한 통신 규제 법안 초안을 두고 화웨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반 한 것이며 정치적인 움직임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미 CEO는 "화웨이 제재가 실행될 경우 이통사들로부터 받게 될 손해배상금까지 고려해 최대 5억 유로(약 704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비용은 잠재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고 나아가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고 전했다.
그는 “통신 규제로 고객, 이통사, 국가, 디지털 사회가 모두 악영향을 받게 되며 결국 승자 없는 정책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화웨이 장비의 보안 우려도 아무런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고 백도어 사례 역시 확인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영국 통신업계도 화웨이와 파트너십 강조
영국 통신업계도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릭 챈들러 영국 통신관리협회 회장은 영국과 화웨이 간의 협력 중단이 영국에게 큰 손실이라고 경고했다.
릭 회장은 "화웨이와 20년 동안 협력하며 좋은 결과를 얻어 왔다”며 “화웨이 규제로 협력 관계가 훼손될까 매우 염려된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최근 영국 캠브리지에 대규모 연구시설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제제가 5G에 그치지 않고 기본적인 광대역 통신망까지 이어질 경우 더욱 치명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네트워크 분야뿐만이 아니다. 화웨이 스마트폰을 유통을 담당하는 영국 협력사들도 화웨이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IT기기 유통사인 웨스트코스트와 안드로이드 배급사 라이브와이어 텔레콤은 화웨이와의 파트너십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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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영국 정부의 화웨이 배제 결정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제한적으로나마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겠다고 한 것이 불과 6개월 전이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9일 사설을 통해 화웨이 장비에 대한 영국의 입장이 유동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설에서는 “영국이 현재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는데 7년이 소요될 것 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이통사들은 자사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없애고 대체 장비를 설치하는 데 비용뿐만 이니라 시간도 허비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7년의 기간 동안 또 다른 미 정부가 출범하거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정치적, 기술적 환경이 지금과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