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90%까지?...P2P대출 주담대 광고 괜찮나

부동산 규제 우회로 vs 투자자 보호 위한 조치

금융입력 :2020/08/05 14:42    수정: 2020/08/05 15:41

정부의 부동산 고강도 규제가 지속되면서, 주택을 담보로 받는 대출과 주택 매매 자금 모두 구하기 쉽지 않아졌다.

이 가운데 P2P대출업체들이 주택을 담보로 한 자금 대출(주택담보대출)의 담보 인정 비율(LTV·Loan to value ratio)을 정부 규제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택 시세의 80% 이상 대출을 내준다거나 더 나아가 90%를 주겠다는 광고를 낸 업체도 확인됐다.

주택을 담보로 긴급 생활 자금 등을 지원한다는 명목인데, 이 자금이 부동산으로 다시 흘러나갈 가능성도 있어 부동산 규제 우회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P2P대출업체들은 다른 대출 채권에 비해 리스크율이 낮기 때문에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보호 차원이며, 연체율도 없다고 해명했다.

5일 P2P대출업체 '테라펀딩'·'투게더펀딩'·'피플펀드' 등이 모두 'LTV 00%'란 광고문구를 내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라펀딩은 홈페이지서 'LTV 85%' '한도는 높게 금리는 낮게'와 같은 문구를 적었으며, 다른 투자 플랫폼에서는 '시세의 90%'로 주택 담보 대출을 광고하고 있었다. 

P2P대출업체의 최근 주택 담보 대출 광고 화면.

투게더펀딩과 피플펀드는 'LTV 최대 85%'라고 광고 중이다. 피플펀드는 최근 포털 사이트서 '내 아파트 한도가 변경됐다'는 문구를 병행해 내보냈다. 그나마 두 곳은 '최대'라고 표시해 무조건적으로 LTV를 높게 적용한다는 점을 강조하진 않았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주택을 보유한 자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에는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 함과 동시에, 생활 안정 자금으로 인정받아야만 최대 1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기존 대출자들은 정부가 투기·투기과열지구 등으로 분류해 묶어놓은 LTV를 초과할 수 없다.

P2P대출업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규제 대상이 아니다 보니 이 같은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오는 26일 LTV를 70%로 제한하는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법'(온투법) 시행돼 당장 대응하지 않는 상태다.

다만, 한국P2P금융협회의 회원사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P2P대출업체의 개인 부동산 담보 대출의 증가액은 제2금융권의 주택 담보 대출 증가액을 상회했다. 6월말 P2P금융협회 회원사 P2P대출업체의 개인 부동산 담보 대출 누적 대출액은 1조1천686억원 수준이다. 5월말 누적 대출액은 1조1천68억원으로 한 달 새 61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사·여신전문회사·보험사 등과 같은 제2금융권의 주택 담보 대출 증가액은 200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P2P대출업체들은 부동산 투기의 통로가 된다는 지적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인만큼, 대출자 만큼이나 투자자 보호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첫 째 이유다. 

투게더펀딩 관계자는 "LTV 85%까지 나가는 경우는 서울과 수도권 브랜드 아파트 등인데, 대출자의 신용평가와 상환능력을 평가한 결과"라며 "부실이 나더라도 처분할 주택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안전한 투자처가 된다"고 설명했다. 경매 등을 통해 부실 자산을 처리하는 비용과 투자자가 고려해야 하는 리스크를 따져 금리는 연 10% 이상 수준이며, 한번도 부실이 난 적이 없다고 이 업체는 덧붙였다.

또 LTV 85%라고 하더라도 최대 5천만원까지만 대출이 나가며 긴급 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대부업체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완충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갑작스럽게 강화됨에 따라 모든 대출 창구가 일순간 막혀, 긴급자금이 필요한 일반 서민들의 경우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없어지고 있다"면서 "고금리인 대부업체 등을 이용하지 않아도 돼 P2P대출업체의 주택 담보 대출은 서민 자금 마련의 한 통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플펀드 측은 "기초 자산이 우량하고 투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대출이 나간다"며 "실제 연체율은 0%"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테라펀딩 관계자는 "LTV 비율 광고를 80~85% 수준으로 낮췄으며 금융당국과 정부 규제 테두리 안에서 광고하고 영업할 수 있게 의견을 계속해서 맞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이 필요한 고객에게 어느 정도 대출이 나갈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는 주택 담보 대출 집행 시 대출자에게 사용 용도를 물으며 '주택 매매 자금'으로 활용되는 경우 대출을 내주지 않으며, 금융당국과 P2P대출업체는 매주 대출 취급 현황을 공유하는 등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