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재할당 가격 산정 눈치싸움 본격화

재할당 대가에 과거 경매가 적용부터 이견 충돌

방송/통신입력 :2020/07/19 15:47    수정: 2020/07/20 17:04

LTE와 3G 등 IMT 용도 주파수 310MHz 폭의 주파수 재할당 계획이 확정되면서 적정 재할당 대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이동통신사업자 간 눈치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복잡한 산식으로 계산되는 재할당 대가는 산식에 따라 수조원의 금액 차이가 발생한다.

때문에 과거 최초 할당 대가와 이전의 재할당 방식을 고려하면 270MHz 폭의 LTE 주파수를 포함해 재할당 계획 주파수의 향후 5년 간 이용대가는 3조원을 넘어 5조원대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2조원대 이하 금액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무선통신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동통신사는 효율적인 비용 책정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국가자원인 주파수의 합리적 대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 속에서 일부 의견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에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IMT 주파수 310MHz 폭의 재할당 계획을 밝힌 뒤 11월 말까지 대역 별 이용 기간과 대가 등을 정하기로 하면서 적정 대가 산정 방식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재할당 주파수 일부의 이용기간은 내년 6월부터 만료된다. 정부의 재할당 계획에 따라 이통사는 6개월 전에 이용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용계획서에는 할당대가가 포함된다. 때문에 11월 할당대가 산정방식을 정하겠다는 일정이 나오는 것이다.

국내 주파수 할당 대가가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해 높은 편은 사실이다. 현행 전파법에 따른 산정 방식과 그간의 할당 경매 등을 통해 주파수를 통한 사업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정부 예상이 서로 혼합된 결과다.

■ 통신업계 “과거 낙찰가격 반영, 현실에 안 맞아”

현행 전파 법제도에 따르면 주파수 할당대가는 경매제도 도입 이후 예상매출액 기준으로 대가를 산정한다. 여기에 대역에 따라 무산투자촉진계수를 곱하고 이용기간을 고려하게 된다. 과거 경매가 이뤄진 대역의 주파수는 과거 낙찰가격도 반영하고 있다.

재할당 대가 산정을 앞두고 통신업계가 토로하는 고민은 이 부분에 있다. 할당 당시 예상매출액이 과다하게 산정됐고, 과거 낙찰가를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선 지난 네 차례의 주파수 경매에서 정부가 예측한 예상매출액은 실제 성장률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정부는 2011년 경매에서 1.6%, 2013년 3.2%, 2016년 4.6%, 2018년 2.6%의 매출 성장률을 추정치로 내놨다. 하지만 실제 성장률은 모두 정부 예측보다 1% 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였고, 2013년 경매 이후로는 통신비 인하 정책 등으로 경매 당시 정부 예측과 반대로 실제 매출은 감소했다.

과거 낙찰가 적용 방식은 경매 횟수가 누적될수록 사업자 부담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최저경쟁가에 반영되는 과거 낙찰가격에 따라 2011년 경매에서는 최저경쟁가 4천455억원, 2013년 경매에서 2천991억원, 2016년 3천394억원으로 지속 상승했다.

이는 자연스레 공금 주파수 폭 당 대가는 수직 상승했다. 주파수의 가치가 높다면 대가는 오를 수 있지만 LTE 주파수의 가치는 통신 기술 방식의 발전에 따라 하락할 수 있다. 실제 2012년 기준의 LTE 주파수 MHz당 발생한 매출은 지난해 들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결국 통신사의 주장은 재할당 대가를 산정할 때 매출 성장률은 전파법 시행령 기준인 3% 선이 적정하고 과거 경매 대가는 반영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책정한 LTE 주파수의 재할당 대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사업자가 관련 사업을 포기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은 아니다”며 “최근에 공급된 5G 주파수 가격보다 과거 기술 방식의 주파수 대역을 더욱 비싸게 이용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 주파수 비용이 왜 비싸다고 할까

통신업계가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고려하는 산정 방식을 따질 경우 정부의 재할당 계획이 발표된 주파수 대가는 2조원 이하로 계산된다. 다만 해외 주요국가와 비교했을 때 역시 낮은 수준의 대가는 아니다. 현행 국내 전파 제도가 가지고 있는 몇몇 특징 때문이다.

IMT 주파수 이용 대가는 할당대가 외에도 전파사용료, 무선국검사료, 전자파강도측정과 등록면허세 등의 전파관리 비용 등으로 복합적으로 이뤄져 있다.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전파관리 비용은 할당대가와 중복되는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도 전파법 전부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파사용료를 할당대가와 합산해 주파수 이용료 제도를 신설하는 식이다. 현재 이 법은 중장기적인 전파 제도 전면 개편 계획에 따라 마련됐고 국회 통과까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전파사용료가 일반회계 목적으로 분류된 이후 전파진흥 목적 외에 사용돼 법적 충돌 지점도 존재한다. 전파산업 진흥 목적으로 걷힌 비용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고 기금 이용 목적 등에 관한 국회 논의도 많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국가 희소자원인 주파수의 독점적 권리를 부여해 사업을 하는 만큼 적정 수준의 대가를 납부해야 한다는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반면 통신업계는 주파수 대가 외에도 대규모 장치산업 특성 상 네트워크 장비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예컨대 재할당 대가가 과도하게 책정되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상용화에 나섰고 한국판 뉴딜에도 다시 포함된 5G 서비스의 전국망 구축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투자 비용과 주파수 이용의 상승이 반복되면 정부의 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정책 기조도 힘을 잃을 수 있다.

■ 다른 나라는 주파수 대가 어떻게 따지나

국내 통신사들은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해 주파수 할당 대가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주파수 할당대가 수준이 통신사의 관련 사업 매출액 대비 8% 안팎에 달해 OECD 평균 4.66%를 뛰어넘어 최고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다비 주파수 비용 부담률 8%를 넘는 나라는 이탈리아, 영국, 홍콩 뿐이다. 한때 독일도 10%가 넘었지만 주파수 경매에서 승자의 저주로 기록된 대표 사례에 따른 이유로 지난해에는 5.3%로 낮아졌다. 최근 5G 주파수 경매를 거친 영국 등도 내년에 부담률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의 경우 최근 재할당 사례나 기존 원칙을 고수할 경우 더욱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다.

해외의 주파수 비용이 낮은 이유로 통신사의 재무 부담을 늘리는 것보다 투자 독려라는 각국 정책 환경에 따른 것이라고 통신업계는 설명했다.

이를테면 미국은 주파수 재할당 시 대가를 부과하지 않는다. 최초 주파수 할당 당시 주어진 서비스 제공 의무를 지키면 재할당의 개념이 아니라 주파수 이용 면허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최초 의무에 따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했고 이용 기간을 늘려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이어가라는 뜻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재할당 시 대가를 높이지 않은 사례에 해당한다.

우선 영국은 연간 면허료(ALF) 방식으로 국내 재할당 대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한다. ALF 검토에 따라 30~40% 인하된 대가가 결정됐다.

프랑스는 ‘뉴딜 모바일’이란 재할당 정책으로 면허 기간을 늘리면서 대가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 수익을 늘리는 대신 네트워크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정책 방향이다.

독일은 기존 사업자 외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재할당 대신 경매를 진행했다. 프랑스와 같이 네트워크 투자를 통한 커버리지 확대 및 품질 개선을 꾀했고 실제 주파수 공급 대가는 95% 인하된 가격으로 이뤄졌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재할당 시 주파수 비용에 예측 가능성을 높인 사례로 꼽힌다. 호주는 대역별 단가를 선정하고 지역별 인구와 대역폭에 따라 재할당 대가를 정하고, 뉴질랜드는 지난해 3G와 LTE 주파수를 재할당 하면서 MHz 당 단가를 선정했다.

인접 국가인 일본은 다소 다른 경우에 속한다. 주파수 할당대가 개념이 없이 전파이용료라는 단일 비용 체계다. 경제적 가치화 전파 관리 행정적 비용만 더하는 것으로 국내처럼 재할당 대가 논란이 일어날 수 없는 정책 환경이다.

■ 과거 경매가 연동 이견 좁혀질까

결국 통신업계는 과거 경매가를 적용하지 않고 시장합리적인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주파수 할당과 재할당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을 신규 할당과 구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표면적으로는 이용대가 금액에 따른 입장 차이로 비춰질 수 있지만 최초 경매 할당과 달리 재할당 시 대가 산정 방식을 두고 정부의 법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냐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 법에는 대가 산정 시 최초 할당과 재할당의 구분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매로 이뤄지는 할당과 기존 서비스 유지를 위한 재할당을 두고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범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산업 확대를 꾀하는 한국판 뉴딜 계획이 추진되는 가운데 데이터 전송경로인 5G 네트워크의 투자에 차질도 우려되는 시장 상황도 일부 고려할 대목이다.

통신업계가 올해 상반기 공동 정책건의서를 낸 이후에도 정부가 밝힌 것처럼 적정대가 부과 기본원칙만 고수한다면 과거 경매대가 연동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는 추가적인 이견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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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재할당 이용계획서가 제출되는 시점을 고려할 때 정부와 전문가 간 수차례의 논의에도 국회의 국정감사 등으로 논의의 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학계 한 관계자는 “할당대가 총액 수준이나 할당대가 산정에 관한 방식을 정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지만, 주파수를 통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 논의 사항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