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연 0.5% 기준금리 동결…"정책 효과 지켜보자"
16일 한국은행은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만장일치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은 만큼, 그간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재정확장과 통화 정책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여파에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p 내린 바 있다.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중국은 내수와 수출 모두 회복 흐름을 보였고, 미국과 유로지역은 소비가 반등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면서 "미국의 경우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경제활동 재개를 멈추는 곳이 생겨났고, 브라질과 인도 등 신흥국도 같은 이유로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국내 실물경제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면서 "수출 개선이 크게 지연돼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 올해 성장률 –0.2% 하회할 듯…"최악은 아냐"
이날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0.2%를 밑돌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수출 부진에 경제 회복이 더딜 것이란 분석이다.
이주열 총재는 "수출 감소폭이 예상했던 것보다 커 성장 전망치를 낮췄다"면서 "6월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하반기엔 더 수그러들 것이란 기대와 달리, 7월에도 확산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우리나라의 수출은 2분기 이후에도 개선세가 지연될 수 있다"면서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향방이 코로나19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그래도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5월 전망 당시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1.8%의 성장을 점쳤었다.
■ "금리 정상화 시기상조…주택값 추가 상승 않을 것"
이에 이주열 총재는 우리 경제가 회복됐다고 판단되기 전까진 금리 정상화를 고려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시도한 이례적인 조치를 순차적으로 돌려놔야겠지만, 지금은 이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그의 견해다.
이주열 총재는 "실물 경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의 흐름도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라며 "정책의 파급 효과 등을 살펴가며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금리 정상화를 추진하더라도 한 지표만 보는 게 아니라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주열 총재는 주택시장 과열에 대해선 "정부가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강력한 대책을 내놓으며 주택 시장 안정화 의지를 드러냈다"며 "이들 정책이 투기 수요를 억제해 추가 상승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 불안엔 정부의 거시건전성 대책과 수급 대책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유동성이 자산 시장이 아닌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0.50%)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는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이 점차 재개 되면서 경기위축이 다소 완화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위험회피심리가 완화되면서 주요국 주가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냈으며, 국채금리는 소폭 등락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각국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민간소비가 경제활동 제약 완화, 정부 지원책 등에 힘입어 반등했으나 수출 감소세와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진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면서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했다. 앞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소비와 수출의 회복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0.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와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등으로 0% 내외의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지수)도 0%대 초반을 지속했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중반 수준을 유지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 지속, 수요측면에서의 낮은 물가상승압력 등으로 0%대 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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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축소 등에 힘입어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 주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당폭 하락했으며 장기시장금리는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전월에 비해 크게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확대됐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