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p 내리면서 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가 됐다. 한국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2년 만에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로 결정하고, 시중 유동성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 우려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지난 2월 27일 열린 금통위보다 지금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기였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서 임시 금통위가 끝나고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2월 금통위 이후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각국이 입국 및 이동 제한 조치를 확대하고 있어 글로벌 경기 위축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실물 경제로 그 영향이 확대될 수 있어 금통위는 금리를 0.5%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주열 총재는 2월 27일 금통위서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미시적 정책이 유효하다'고 밝혔지만 19일만에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실기론'에 대해 이 총재는 "지금 판단해도 2월 기준금리 동결은 적절한 조치였다"며 "당시 국내 확진자가 수백명씩 늘어났던 시기였는데, 그 때 금리를 인하했다면 아마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금통위원들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고 오래 갈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통화정책 여력이 크지 않은데 제로(0)금리까지 못가는 상황서 기준금리 조정은 시점을 잘 골라야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잘 짚어보면 (금리 인하) 타이밍은 지금이 훨씬 적기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상 최저 금리인 0.75%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의도 제기됐다.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영향을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충격 정도가 과거 어느때보다 크다고 본다"면서 "한국은행이 단계별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에 대해 전담반이 점검을 했다. 모든 수단을 써서 필요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융시장 내 신용경계감이 고조돼 금융기관이 중개기능을 못하거나, 금융시스템 건전성이 낮아진다거나, 신용경색이 있을 경우 대비책을 역점에 두고 있으며, 현재는 그렇지 않아 1차적으로 시중 유동성을 충분히 관리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 가격이 크게 올라 금융시장 안정성을 헤칠 수도 있다는 지적에 이주열 총재는 "부동산은 통화정책 결정 시 늘 고려하는 요인"이라면서도 "주택 가격은 금리 요인 외에도 정부 정책, 경기 상황, 교육 정책, 주택 수급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보면 글로벌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 높아졌고 국내 실물경기도 상당히 타격받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 이어갈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물론이고 영란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 이주열 총재는 "그만큼 앞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며, 코로나19가 진정되기 전까지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안정성은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보다는 코로나19 확산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시장 불안의 기저"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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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는 2월 경제성장률 전망치 2.1%보단 경제성장률이 하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한미통화스왑 계약 체결이 큰 기여를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 건전성이 낮아질 경우에 달러화 같은 기축통화의 스왑이 상당히 훌륭한 안전판이 된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4월 9일 정례 금통위는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외에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0.75%에서 0.25%로 낮추고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에 모든 은행채를 포함시켰다. 이주열 총재는 "만약에 국고채 금리가 상승해 기준금리 격차와 커진다면 국채 매입을 곧바로 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국채 매입은 늘 갖고 있는 카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