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예상을 넘어 빠른 속도와 강한 강도로 전 세계를 확산되고 있다. 각국 모두 내수 부진에 직면했고, 글로벌 경기는 침체 가능성 소위 말하는 '리세션(Recession·불황)'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모든 나라가 코로나19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충격 강도가 셀 것으로 생각한다."
■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파급력 커...'불황' 가능성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연 0.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가 둔화를 넘어서 침체로 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국가에서 시작됐던 2008년 리먼브라더스 발 금융위기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다. 심지어 이주열 총재는 '경기 불황' 이라는 비관적 단어도 언급했다.
이주열 총재는 세계가 겪는 문제인 만큼 국내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올해 2월 전망했던 국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도 하회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봤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는 침체 가능성, 경기 불황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며 우리 경제도 이런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내 경기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흐름도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달라지고 워낙 불확실성이 크다"고 전했다.
다만 이 총재는 "2분기 중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3~4분기, 하반기에 들어서면 경제 활동이 개선된다는 전제가 기본적인 시나리오인데, 이 시나리오로 간다면 플러스 성장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1%대 성장이냐, 0%대 성장이냐에 대해 그는 "워낙 불확실성이 크지만 1%대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 확대...증권사 대출 검토중
한국은행은 이날 금통위서 유례없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제·금융시장의 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단순 매입 증권과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특수은행채(산업금융채권·중소기업금융채권·수출입금융채권) 3종과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도 포함했으며, RP 매매 대상증권에 대출 적격담보증권과 예금보험공사 발행채권도 추가했다.
또 정부와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방안도 실무진 선에서 논의 중이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시장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지난 주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회사채 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며 "이는 회사채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어 증권사에 대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정부와 실무자선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한국은행의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에 이주열 총재는 "한국은행과 금통위원들 전부 국내의 경제 금융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인식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를 넘어서는 충격이 있다고 생각해 과거에 하지 않았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중앙은행에게 부여된 권한 그 범위 내에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어 시장의 기대와 괴리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러번 일각에서 거론된 회사채 직접 매입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법적으로 불명확하며 중앙은행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 기준금리 효과 있어...통화정책 여력도有
지난 3월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50%p 인하한 것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 효과가 어느정도 분명히 작동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직후) 장기 시장 금리 하락폭이 제한적이긴 했지만 주요국 장기 시장 금리도 상승세였고 추가경정예산편성으로 국채 공급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때문이었다"며 "3월 하순 들어서 국내 장기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답변했다.
기준금리는 0.75%로 역대 최저치인만큼 통화 정책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상황에 맞춰서 정책 대응을 해야된다"며 "기준금리를 지난번에 큰 폭 낮춰 정책 여력은 줄어든게 사실이지만 실효하한은 가변적이다. 그런 개념을 염두에 둔다면 금리로 대응할 정책 여력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0.7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 영향으로 크게 위축되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경기침체 우려,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주요국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고 국채금리와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 이 크게 확대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확산 정도, 각국의 정책대응 및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가 큰 폭 감소 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졌으며 수출도 소폭 감소하였다. 고용 상황은 2월까지는 취업자수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일시휴직자는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증가하였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업제품 가격의 상승폭 축소 등으로 1% 수준으 로 낮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중반에서 소폭 하락하였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을 유 지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 확대, 수요측 압력 약화 등으로 낮아져 지난 2월 전망치(각각 1.0% 및 0.7%)를 상당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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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및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영향 받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원/달러 환율은 큰 폭 상승하였다가 한·미 통화스왑 체결 이후 반락하였으며 장기시장금리는 1%대 초반에서 등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3월 중순 이후 오름세가 둔화되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 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에 따 른 파급영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므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함 으로써 거시경제의 하방리스크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해 나갈 것이 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 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