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이전설' 재확산에 당혹

금융노조 "경쟁력 하락 불가피…강경대응할 것"

금융입력 :2020/07/14 16:40    수정: 2020/07/14 16:40

올해도 불거진 '국책은행 지방이전설'에 당사자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측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방 이전이 이뤄질 경우 직원의 대이동이 뒤따르는 것은 물론, 업무의 비효율성을 초래해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지방이전설이 재확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원주혁신도시, 수출입은행은 부산 BIFC(부산국제금융센터), 기업은행은 대전 등으로 옮겨갈 것이란 게 소문의 골자다.

이에 각 국책은행은 떠도는 얘기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공론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정치권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20대 국회 때부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을 자신의 지역구에 두려는 의원들의 시도가 이어졌다. 일례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수출입은행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산업은행법과 수출입은행법에서 각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내놨었다.

이런 움직임은 21대 국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심사를 매년 정례화하자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176석에 법제사법위원장(윤호중 의원)까지 확보한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이번엔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반응은 냉랭하다. 혁신산업 발굴과 기업의 해외사업 지원이란 본연의 기능이 위축될 것이란 이유다. 특히 이를 위해선 해외 정부 관계자나 투자자 등과 자주 접촉해야 하는데 지방으로 이동하면 여러모로 제약이 생길 것이란 인식이 짙다. 은행 차원에서 직원의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과제로 지목된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수출입은행장 시절 같은 논리로 반대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남북경협이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운영 등을 위해 해외 관계자와 만나려면 수출입은행 본점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지난해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이 해외로 팽창하고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할 이 시점에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면서 "지방으로 분산하기보다 집중함으로써 정책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렇다보니 국책은행 노조는 서둘러 대응에 나선 상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금융경제연구소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노조가 참여하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가운데 또 국책은행을 옮기는 것은 금융 경쟁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면서 "국회가 이를 공론화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