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코인 발행 코스모체인...진짜 문제는 신뢰 훼손

블록체인 프로젝트 투명성 높이기 위한 노력 필요

컴퓨팅입력 :2020/07/14 08:02    수정: 2020/07/14 09:57

주식 회사로 치면 기존 발행량의 30%에 이르는 주식을 회사가 마음대로 찍어내 시장에 내다팔고 그 자금을 불투명하게 사용한 사건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말부터 수 개월 동안 임의로 신규 코인을 발행해 논란을 일으킨 '코스모체인 사태'다.

코스모체인이 국내 대표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 업체로 주목 받아 온 만큼, 이번 사태가 업계에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코스모체인 사태가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리딩 업체인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발 빠르게 코스모체인에 대한 지원 중단을 발표하고 수습에 나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일로 블록체인 기업에 한층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스모체인, 지난해부터 수시로 코인 임의 발행

코스모체인의 코인 임의발행 사실은 지난달 29일 회사가 스핀프로토콜과 인수합병을 발표하면서 터무니 없이 많은 양의 신규 코인을 발행한다고 공지하자, 이에 의혹을 품은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탐색기를 살펴 보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코스모체인은 당시 기존 코스모체인 코인인 코즘(COSM)은 1:1 비율로, 스핀프로토콜 코인인 스핀은 1:0.122704918 비율로 신규 코인인 뉴코즘으로 교환되며, 이에 따라 신규 코인의 발행량은 총 16억9천만 개가 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커뮤니티에서는 코스모체인이 발표한 교환 비율에 따라 계산해도 신규 코인 발행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스모체인이 3억4천900만 개의 코인을 임의로 발행한 사실이 들통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존 코즘 교환 물량이 10억9천800만개고, 올해 인플레이션으로 발행된(블루 페이퍼 기준 연간 10% 한도) 물량이 1억1천만개다. 인수합병된 스핀 교환 물량은 1억3천200만개이다. 따라서 모두 합치면 13억4천만개의 뉴코즘이 발행되는 게 맞는데, 3억4천900만 개의 코인은 어떤 근거로 추가 발행하냐는 의문이다.

의문을 가진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탐색기를 살펴본 결과 이미 코스모체인이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3억4천900만 개의 코인을 임의로 발행한 것은 물론,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거래소로 보낸 기록까지 확인된 것이다.

코스모체인은 문제가 제기되자 "해당 시점별로 서비스 개발 및 마케팅, 파트너십 진행 등 코즘 활용처를 넓히기 위한 사업적 용도로 투자 및 사용됐다"며 코인 임의 발행 사실은 인정했다. 또,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사과하며 임의로 발행된 코인에 대해서 전량 회수·소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무리 규정 없다지만...투자자 피해 명백

2017년부터 국내 암호화폐 발행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지만, 아직 암호화폐 발행이나 유통에 관한 법제도가 없는 것은 물론 업계 내부에서 논의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처럼 암호화폐 기업이 최초 백서에 명시한 발행량 이외에 추가로 코인을 발행할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추가 발행 한도는 어느 정도가 합리적인지 등도 정립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한 이유는 상식선에서 취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인 '사전 공지'도 없이 마음대로 코인을 발행해 투자자 피해를 일으킨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려 30%의 코인을 추가로 발행하면서 코인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희석돼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며 "주식시장이라면 범법행위, 금융사기에 해당하는 사안인데 암호화폐 산업이 아무리 룰 세팅이 안 돼 있다고 해도 선을 넘은 일탈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암호화폐 발행 기업도 피투자사로 투자자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은 사전에 알리는 게 상식적"이라며 "투자자들이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아예 이 코인을 사지 않았거나 가지고 있는 토큰을 빨리 처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모체인 측은 투자자 피해 복구를 위해 임의 발행된 코인 3억4천900만 개를 시장에서 매수해 소각(폐기)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투자자 입장에서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판 받고 있다.

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코스모체인이 임의로 코인을 발행해 시장에 판매했을 때보다 코즘 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 이제와서 수량만 맞춰 소각하겠다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대응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얼마에 공개매수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밝히고 단계적으로 나눠 매수층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그렇게 많은 물량을 시장에서 매입했는데 가격이 전혀 오르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며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도 말했다.

실제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9일까지 단 10일 만에 임의 발행된 코즘 전량이 시장에서 매수돼 소각됐지만 이 기간 코즘 가격은 오히려 지속 하락했다. 30일 11원에 거래되던 코즘은 9일 4원에서 11일 2원까지 폭락했다.

블록체인 업계 신뢰까지 흔들...제2의 코스모체인 막으려면 투명성 강화해야

코스모체인이 국내 대표 블록체인 서비스로 주목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업계에 주는 충격이 크다.

코스모체인이 운영하는 뷰티 커뮤니티 앱 피츠미는 국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일 최대 이용자 수는 17만5천명을 기록한 바 있다. 이용자 기반이 탄탄한 만큼 블록체인 트랜잭션(데이터 기록)이 가장 활발한 디앱이기도 하다.

국내 블록체인 서비스 업체 대표격인 코스모체인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자, 당장에 커뮤니티에서는 "국산 코인은 믿고 걸러야 한다"는 식의 불신이 번지고 있다. 코스모체인 사태가 국내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코스모체인이 국내 대표 코인 프로젝트로 알려져있기 때문에 이번 일로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대중과 규제 당국의 부정적 인식이 강화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이번 일로 진정성 있게 사업 하는 업체들까지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높아지게 생겼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제2의 코스모체인 사태를 막으려면, 국내 블록체인 업계가 지금보다 더 집요하게 '투명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투자자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미리 공지하는 시스템을 정착하는 것 못지 않게 기술적으로 온체인(블록체인 내부) 정보에 대한 제3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한 암호화폐 거래 업계 고위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의 경우 기업이 작정하고 숨기려면 이런 문제를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운데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에 잡아낼 수가 있다"며 "공시 제도 정착과 더불어 온체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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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체인의 코인 임의 발행 사실은 블록체인이 누구나 투명하게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는 공개장부라는 점 때문에 밝혀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기반 블록체인인 클레이튼이 블록 탐색기에 개별 토큰의 트랜잭션을 보여주는 기능을 다소 늦게 추가하면서 그동안 깜깜이 발행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블록체인 기술기업 아톰릭스의 장중혁 토큰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떤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 프로젝트가 미리 이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정말 실행도 그대로 이뤄졌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