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릿고개' 넘은 삼성·LG, 3분기가 변곡점

비용 효율화 유지하며 투자 확대 여부 탐색할 듯

디지털경제입력 :2020/07/09 17:35    수정: 2020/07/09 17:37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반기 경영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실적 직격탄이 예상됐던 2분기를 무사히 지났고 각 사업부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인 가운데 3분기는 향후 실적 기울기를 좌우할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양사 한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역사상 기록될 만큼의 팬데믹으로 전자업계 비즈니스 환경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변화가 촉발된 시점이 2분기였다면, 디지털 컨택트가 자리잡은 새 시장환경을 빨리 캐치업해서 맞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앞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기 위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3분기, 실적 기울기 '변곡점' 될 듯

삼성전자는 2분기 시장 기대치를 1조원 이상 뛰어넘는 8조1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는 22.7%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깜짝 호조'를 이뤄낸 주요 요인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약 1조원의 대규모 일회성 이익이 반영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 일회성 비용을 제외해도 전망치보다는 5천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달 빠르게 회복된 세트 제품 수요와 예상치를 넘는 마케팅 비용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3분기 삼성전자 실적 컨센서스는 이날 기준 매출액 61조1천억원과 영업이익 9억2천만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비슷하고 영업이익은 약 1억5천만원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는 하반기 모바일용 메모리 출하량이 증가되면서 데이터센터 메모리 주문 감소에 따른 실적 축소폭을 일부 상쇄할 전망이다. 모바일 부문은 8월 플래그십 신제품인 갤럭시노트20 신제품 출시 등 영향으로 긍정적이다. TV와 가전 역시 글로벌 시장 수요 회복에 따라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삼성 서초사옥(사진 왼쪽), LG 여의도 트윈 타워(사진 오른쪽)

LG전자는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24.4% 감소한 4천9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기존 전망치를 뛰어넘으며 '그럭저럭 잘 버텨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가전이 확고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 TV 수요도 북미, 유럽에서 빠르게 회복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은 '매스 프리미엄' LG 벨벳 출시와 체질 개선에 따라 적자가 소폭 축소, 전장부품은 자동차 시장 악화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날 3분기 LG전자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14조8천억원과 영업이익 6천3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조원 이상과 1천억원 이상 감소한 것.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는 남아있지만, 세트 수요가 전반적으로 기존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다. 소비 양극화 심화로 프리미엄 가전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패널 공급 확대를 계기로 한 OLED TV 공급량 확대, 전장부품의 실적 개선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경영진 '비용 효율화' 당부하며 투자 집행…코로나 극복에 만전

두 회사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비용 효율화 등에 나서왔다. 2분기 실적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비용 운영 방향을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초부터 상반기 경영지원 예산을 전년 대비 10% 줄이고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지만,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으로 방향이 기존과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경영진은 상반기 비용 효율화 나서 온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은 분기별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강조, 특히 신임한 경영진이 비용 효율화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LG 경영진들도 내부에 '비용 절감과 효율 개선'을 당부, 상반기 관리 부문 등에서 일부 지출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잡힌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비용 계획을 보수적으로 이어갈지, 향후 매출 확대와 시장 점유율을 위해 당장 이익이 줄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할 것인지 방향도 잡혀갈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을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비용 효율화를 이뤄가면서도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계획된 투자들은 집행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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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확산된 디지털 컨택트 환경이 기업들의 경영, 판매, 마케팅 전략에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환경에서는 기존의 장점이 단점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등 경쟁 우위 판단의 기준이 바뀔 수도 있다. 제품의 경우 가격, 디자인이 승부였다면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와 마케팅이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들의 화두인 '디지털 전환'은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실제 운영 효율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비용 절감 목적도 크지만 단순 업무 자동화를 통해 더 필요한 것에 인력을 배치하는 등 선순환 체제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