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바이톤 위기에 대책 알 수 없는 명신 군산공장

전라북도도 상황파악 덜 돼, 전기차 생산 위한 비전 제시해야

카테크입력 :2020/07/09 14:57

국내 자동차부품 제조기업으로 알려진 명신의 군산공장 미래가 불투명하다. 한 때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의 차량 주문제작형 생산(OEM)을 진행할 곳으로 주목받았지만, 바이톤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고, 이외 전기차 제조에 대한 자체적인 비전이 대외적으로 공유되지 않은 상태다.

명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다니엘 커처트 바이톤 대표는 자신의 링크드인 페이지에서 이태규 명신 대표와 군산공장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을 공개하며 “대한민국의 명신과 전략적인 협약을 이뤄내서 기쁘다”며 생산, 부품 공급망부터 배급까지의 협력을 명신과 이뤄내겠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바이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직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에서 ‘엠바이트(M-byte)’ 양산차량을 공개하고, 연말부터 본격생산에 돌입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러나 CES 2020 행사 이후 곧바로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바이톤의 자금줄은 거의 끊기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미국 실리콘밸리 연구 인력 수백명을 감축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바이톤은 지난달 30일(미국시각) 기준으로 생산 등의 중요한 임무를 6개월동안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만약에 바이톤이 명확한 자구안을 내놓지 못하면, 전기차 생산과 판매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니엘 커처트 바이톤 CEO와 이태규 명신 대표가 지난해 9월 전기차 위탁 생산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다니엘 커처트 바이톤 CEO 링크드인)

■괜찮다고 말하는 명신, 상황 파악 덜 된 전라북도

명신은 국내 부품업체 약 두 곳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지난해 2월 한국GM이 운영하던 군산공장을 매입했다. 한국GM이 지난 2018년 5월말 군산공장 사업을 철수시킨지 약 8개월만에 이뤄진 것이다.

명신의 모기업 엠에스오토텍에 따르면 명신은 당시 한국GM이 운영하던 군산공장 토지와 건물을 1천130억원에 취득했다. 이 때 명신은 차량 생산시설 등에 총 2천억원을 투자해 앞으로 900여명의 인력을 고용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명신은 그동안 자동차 부품 기업의 역할만 진행했을 뿐 완전한 전기차 생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업 운영 방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약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 명신의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못 한 상태다. 900여명의 인력을 고용하겠다는 뜻과 달리, 9일 기준 공장 내 상주 인력은 약 15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바이톤 엠바이트 (사진=바이톤)
48인치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에 들어간 바이톤 엠바이트 실내 (사진=바이톤)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생산과 관련된 명신의 비전이 공유되지 못한 것과 연관된다. 단순히 바이톤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기차 위탁생산을 시작으로 종합 자동차 제조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명신 군산공장 관계자는 괜찮다는 반응이다.

명신 군산공장 관계자는 “바이톤과의 협약은 아주 큰 건이다”며 “바이톤의 6개월 운영 중단으로 인해 우리 전기차 생산의 시기가 늦춰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바이톤의 파산 가능성에 대한 위기 의식이 전혀 없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명신 군산공장이 앞으로 바이톤 전기차 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 생산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량을 생산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남겼다.

명신의 전기차 생산으로 군산형 일자리 활성화를 기대하는 전라북도는 바이톤 파산 가능성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명신 군산공장 운영은 충남에 위치한 명신 본사와 소통하고 있다”며 명신 본사에 대한 대표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충남에 위치한 명신 본사 관계자는 “군산공장 운영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고, 모기업 엠에스오토텍 관계자도 “군산공장에 직접 알아보는 것이 좋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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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전기차 시장 활성화의 원년과도 같다. 현대차는 순수 전기차 NE를 해마다 7만대 가량을 판매하기 위해 울산공장 생산라인을 최근에 손봤고, 기아차와 쌍용차 등도 전기차 출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테슬라, 푸조, 포르쉐, BMW 등의 수입차 업체들도 전기차 판매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명신이 제대로 된 전기차를 만들고 해외에 내보내려면 모든 이가 이해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 운영 계획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