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저축은행, 신협 영업망 확대 '예의주시'

"지역 사회 내 영업 경쟁 한층 가열될 듯"

금융입력 :2020/07/07 17:47    수정: 2020/07/07 17:47

신용협동조합(신협)의 대출 구역 확대가 현실화 되자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 업권이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이들의 영업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입법예고한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은 신협의 비조합원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게 골자다.

금융위는 전국을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등 10개 권역으로 나눈 뒤, 해당 지역 내에선 신협 조합이 자유롭게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금융위가 지역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신협 측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현재 지역 신협은 신규 대출액의 3분의1 이하로만 비(非)조합원에게 대출해줄 수 있다. 그러나 공동유대(같은 시·군·구)에 속한 사람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다른 지역으로의 영업은 제한된 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국 신협 각 조합은 특별시와 광역시 등 10개 권역 내에서 반경을 넓힐 수 있게 된다. 가령 서울 관악신협도 관악구를 벗어나 서울 전역에서 여·수신 영업을 펼칠 수 있다.

다만 경쟁 관계인 저축은행 업권은 금융위의 이 같은 조치에 내심 못마땅한 눈치다. 신협이 공격적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영업점이 1~2곳에 불과한 소형 저축은행은 걱정이 더 크다. 비대면 인프라를 구축한 대형 저축은행과 달리 이들 대부분은 현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펼쳐온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농협과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도 마찬가지다. 업무구역이 달라 경쟁 상대가 아니었던 지역 내 모든 신협 조합과 맞붙게 됐기 때문이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신협의 가세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은 분명하다"면서 "기존 소비자의 이탈을 막고, 본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협이 어떤 전략을 펼지 모르니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이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지만 않는다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위원회가 앞으로 신협의 건전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변수"라고 덧붙였다.

실제 저축은행의 경우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 7% 이상, 유동성 비율 100% 이상 등 제약이 뒤따르나, 신협은 순자본비율 2% 이상의 규제 외에 유동성 비율에 대한 규제는 받지 않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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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다른 업권의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싣고 있다.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 규제가 그 중 하나다. 현행 규제에선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고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도 금지하는데, 이런 조항이 업권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실 저축은행 M&A 규제가 신협의 영업구역 확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은 아니지만, 업권간 형평성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