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식 시장에서 미국 주주 영향력은 2016년 때보다 높아진 반면 중국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주 중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이하 블랙록)는 국내 주식 시장의 큰 손으로 등극했고, 세계 우량기업을 현금으로 쇼핑하듯 사들이는 중국의 ‘판다 쇼핑’ 현상은 다소 시들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28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한국 주식 시장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 주주 현황 분석’ 결과를 밝혔다. 미국 국적의 법인 혹은 개인이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는 45곳이었다. 이들 45곳의 주주는 국내 상장사 111곳에서 5% 넘는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27조7천93억원으로 평가됐다. 2016년 3월 당시 조사된 18조1천500억원보다 52.7% 증가한 수준이다. 미국 주주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숫자는 지난 2016년 121곳보다 올해 10곳 정도 감소했지만 주식가치 영향력은 더 커진 셈이다.
미국 주주 중 국내 상장사 지분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블랙록으로 조사됐다. 해당 법인은 국내 상장사 11곳에서 5% 이상 지분을 확보해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1곳에서 보유한 지분의 가치만 해도 22조3천451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상장사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미국 주주 지분가치의 80.6%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2016년 3월 당시만 해도 블랙록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상장사 3곳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해 지분가치는 1조7천억원 수준이었다. 4년여 사이에 블랙록은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주식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달 기준으로 블랙록은 한국 1위 기업 삼성전자 지분을 5.03%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에서 보유한 블랙록 지분가치만 해도 22일 기준 15조6천203억원이나 됐다. 삼성전자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특수관계자 지분 포함)과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이어 블랙록이 세 번째로 높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외 네이버(2조2천364억원), 엔씨소프트(1조1천787억원), 신한지주(8천733억원), 포스코(8천474억원), LG전자(5천564억원), KT&G(5천476억원), 에이치엘비(2천241억원), 현대해상(1천84억원) 등 주식을 보유했다.
미국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이하 피델리티)는 국내 상장사 34곳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뚜기 지분을 6.82%로 보유했고 지분 가치는 1천419억원으로 평가됐다. 동국제약(9.99%), 리노공업(6.32%)을 비롯해 광동제약, 대원제약, 환인제약, 경동제약, 쎌바이오텍 등 의약, 바이오 종목도 많았다.
미국과 달리 중국(홍콩 포함) 국적의 주주가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곳은 지난 2016년 50곳에서 올해 34곳으로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평가액 가치도 2016년 3월 4조4천700억원 에서 올해 6월 2조3천900억원으로 46.6% 감소했다.
중국 주주 중 국내 상장사 지분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LG생활건강 지분을 6.2% 정도 갖고 있는 티 로우프라이스 홍콩리미티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주주의 이달 22일 주식가치는 1조2천263억원이었다. 주식가치가 1천억원이 넘는 중국 주주는 동양생명 최대주주인 안방라이프 인슈런스코엘티디(3천593억원), 키움증권 지분을 6% 정보 보유한 제이에프 에셋매니지먼트 아시아퍼시픽 리미티드(1천262억원) 등이었다.
또 미국 주주 중 82% 정도가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64% 정도가 ‘경영참가 목적으로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가 높았다. 실제 이번 조사 대상 34곳 중 중국 주주가 최대주주인 곳은 14곳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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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씨아이에스(최대주주 홍콩타이거메드), 로스웰(저우샹동), 룽투코리아(룽투게임 홍콩리미티드), 피델릭스(동심반도체주식유한공사), 넥스트아이(유미도 국제미용연쇄집단유한공사) 등이 중국 국적을 가진 주주가 최대주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중국보다 미국 주주들의 움직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삼성전자는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21%이고 외국인 주주가 절반을 넘어 3대 주주인 미국 블랙록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