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날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날까지 52일새 국내 주요 상장사 100곳의 주가는 평균 20% 넘게 하락하고, 시가총액도 174조원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국내 상장사 100곳 주가 와 시가총액 변동 분석’ 결과에서 도출됐다고 15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20개 업종별 매출 상위 5개 기업씩 총 1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가 발생한 1월20일, 첫 확진자 발생 50일째 되는 지난 3월10일과 WHO가 팬데믹 선언한 3월12일 세 개 시점의 주가를 비교 분석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의 국내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895조원 규모였다가 지난 3월10일에는 779조원으로 낮아졌다. 첫 확진자 발생 50일 만에 시가총액이 116조원이나 사라진 것이다. 상장사 100곳의 주가도 평균 14.6% 정도 하락했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3월12일 기준 시가총액은 721조원으로 3월10일 때보다 57조원 더 떨어졌다.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팬데믹이 선언된 지 52일 사이 국내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이 174조원(19.4%)이나 줄어든 것이다. 시가총액의 5분의 1 수준이다.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20개 업종 모두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가총액이 가장 크게 떨어진 업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전자업이다. 조사 대상 상위 5개 전자 업체의 지난 1월20일 시가총액 465조원에서 팬데믹이 선언된 3월12일에는 379조원으로 낮아졌다. 50여일 사이 86조원 상당의 지분가치가 증발한 셈이다.
이어 자동차(16조원), 석유화학(15조원), 금융(11조원) 업종도 10조원 넘게 시가총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철강(8조3천억원), 정보통신(7조6천억원), 전기가스(5조2천억원) 업종도 5조원 넘는 기업가치가 50여일 만에 떨어졌다.
또 건설(3조2천억원), 유통(3조원), 기계(2조2천억원), 식품(1조6천억원), 운송물류(1조5천억원), 항공해운(1조4천억원) 등이 포함됐다.
가장 큰 주가 타격을 입은 업종은 조선·중공업 분야다. 이 업종에 있는 상위 5개 업체의 지난 12일 주가는 1월20일과 비교해 평균 32.4% 급락했다.
기계 업종도 평균 30.4%나 크게 떨어졌다. 조선과 기계 업종을 포함해 20개 업종 중 팬데믹 선언으로 평균 주가가 20% 넘게 추락한 곳은 12곳이다. 이중 자동차(-27.2%), 섬유패션(-26.5%), 금융(-25.5%), 여행(-25.5%), 건설(025.4%) 7개 업종은 주가가 25% 이상 빠졌다.
금속철강(-24.3%), 유통(-24.1%), 농수산(-21.4%), 전기가스(-21.1%), 전자(-20.4%) 업종도 20% 이상 주가가 하락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10~20% 사이로 주가가 내려앉은 업종도 7곳으로 조사됐다.
20개 업종 중 운송업만 유일하게 1.3%로 그나마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운송업 중에서도 일반 소비재 택배 등을 취급하는 관련 운송 업체는 주가가 상승했지만 원자재 등을 수송하는 업체 주가는 하락했다.
상장사 100곳 중 1월20일 대비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일 기준 주가가 30% 넘게 폭락한 곳은 19곳으로 집계됐다. 20~30% 사이는 39곳이나 됐고, 10~20%는 28곳으로 파악됐다. 10% 미만은 8곳으로 파악됐다.
100곳 중 6곳은 '코로나 특수' 영향으로 주가를 유지하거나 올랐다. 대표적으로 마스크와 휴지 등을 생산하는 ‘깨끗한나라(26.7%↑)’는 주가가 오른 기업군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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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선 소장은 “2009년 6월 당시 신종 플루로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지만 국내 주가는 한 달 전후로 빠르게 회복되었던 것과 달리 2015년 5월 말경 메르스가 번졌을 때 국내 주요 상장사의 주가는 1년 후에도 회복이 쉽지 않았다”며 “코로나19의 경우 국내 주가가 1월 말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6개월~1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3주 후인 3월말~4월초 주가 흐름이 회복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예상보다 빨리 주가 안정화를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