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 미국·캐나다서 집단 소송 당해...왜?

기록 속도 떨어지는 SMR 적용 사실 안 밝혀

홈&모바일입력 :2020/06/12 14:20    수정: 2020/06/13 22:28

WD가 NAS 특화 레드(Red) 제품군에 SMR 방식을 적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지디넷코리아)
WD가 NAS 특화 레드(Red) 제품군에 SMR 방식을 적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지디넷코리아)

WD와 씨게이트, 도시바 등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들이 쓰기 속도가 떨어지는 SMR 방식을 HDD에 적용하고도 이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가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4월 이같은 이슈가 미국에서 처음 발생하자 각 HDD 제조사는 기술 문서와 제품 상세 정보 등을 수정·보완해 기록 방식을 명확히 밝히기 시작했다. 특히 WD는 NAS(네트워크 저장장치)에 적합하지 않은 SMR 방식을 NAS용 제품군인 '레드'(Red)에 적용했다 미국과 캐나다 소비자에게 제소까지 당한 상태다.

■ 데이터 겹쳐쓰기로 용량 높인 SMR 기술

HDD 내부 구조. (사진=픽사베이)

HDD 안에는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원반 형태 장치인 플래터(Platter)가 내장된다. 이 플래터는 트랙으로 구분되어 있고 플래터 위에서 불과 수 nm(나노미터) 단위 거리를 두고 헤드가 움직이며 데이터를 읽고 쓴다.

문제는 이 트랙의 폭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록 가능한 용량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WD와 씨게이트 등 HDD 제조업체가 눈을 돌린 것이 바로 SMR(Shingled Magnetic Recording, 기와식 자기기록) 방식이다.

SMR 방식은 트랙 위에 데이터를 하나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히 겹치게 여러 번 기록해 단위 면적당 기록되는 용량을 끌어 올린다. 2010년 이후 출시된 HDD의 용량이 6TB를 넘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데는 SMR 기술의 힘이 컸다.

WD가 2018년 백서에서 공개한 SMR 기술 작동 방식. (자료=WD)

단 SMR 방식은 기록할 때는 기존에 쓰이던 CMR 방식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겹쳐서 기록한 데이터까지 다시 고쳐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해서 기록해야 하는 용도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 이 방식을 적용한 HDD가 NAS 등 대용량 데이터 백업용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레이드(RAID)에 SMR 기술이 적용된 HDD를 추가하면 문제가 생기고 HDD에 문제가 있어서 교체할 때 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주요 3대 HDD 제조사, SMR 적용 사실 시인

그동안 대부분의 HDD 제조사는 제품 제원을 공개할 때 분당 회전 속도(rpm)과 플래터 개수, 캐시 용량, 기록 용량만 표기해 왔다. 그러나 기록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SSD 제조사가 QLC(4비트)와 TLC(3비트), MLC(2비트) 등 플래시 메모리 저장 방식을 명확히 밝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지난 4월 초 미국 지역 소비자들이 RAID 등 대용량 저장장치 구성에서 일부 HDD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여러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많은 제품들이 SMR 방식을 적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SMR 기술이 적용된 WD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품군. (자료=WD)
SMR 기술이 적용된 씨게이트 바라쿠다 4TB/2TB HDD. (사진=씨게이트)

WD가 지난 4월 말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NAS용 WD 레드 2-6TB 제품에는 SMR 기술이 적용되어 있으며 일반 소비자용 제품인 WD 블루 제품 역시 일부 SMR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WD 레드 프로 제품군은 용량에 관계 없이 모두 CMR 방식을 적용했다.

씨게이트는 3.5인치 제품 중 바라쿠다 2TB/4TB/8TB 제품 등 총 7종과 2.5인치 제품 7종 등 총 14종에 SMR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도시바 역시 데스크톱 PC용 3.5인치 제품인 P300에 SMR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 미·캐나다 소비자, WD에 집단소송 제기

미국에서는 WD를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이 시작됐다. 과거 델과 맥아피 등 IT 기업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 워싱턴 소재 로펌인 해티스&루캑스는 지난 5월 말부터 집단 소송에 참여할 원고(미국 내 소비자)를 모집하고 있다.

해티스&루캑스는 지난 5월 말부터 WD에 대한 집단 소송에 들어갔다. (그림=웹사이트 캡처)

해티스&루캑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WD가 원가 절감을 위해 쓰기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SMR 기록방식을 레드 제품군에 적용했고 이는 NAS 등 기기의 RAID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소비자를 오도하고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캐나다에서도 WD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이 시작됐다. 브리티시콜럼비아 주 소비자가 대표 당사자로 참여한 이 소송에서 원고 측은 "SMR 기술이 NAS 등에 적합하지 않지만 WD는 이 기술을 레드 제품군에 적용했고 'NAS와 RAID에 적합'하다고 오도했다"고 밝혔다.

■ 각 제조사, 기술 자료 등 업데이트에 분주

다나와 등 가격비교 사이트도 HDD 기록 방식을 명시하기 시작했다. (그림=웹사이트 캡처)

SMR 이슈가 점화되면서 각 HDD 제조사는 기술 문서와 제품 상세 정보 등을 수정·보완하고 있다. 다나와 등 가격비교사이트 역시 HDD 상세정보란에 기록방식을 병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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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는 지난 4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상품정보 페이지에도 관련 정보를 정확히 안내하는 동시에 마케팅용 소재를 수정하고 벤치마크와 이상적인 이용 사례 등 SMR 기술에 대한 정보를 더 충실히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씨게이트도 "현재 유통되는 아이언울프와 아이언울프 프로 제품에는 SMR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