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의 溫技] 이재용 부회장은 왜 혐의를 전면 부정하는 걸까

검찰수사심의위의 판단 주목

데스크 칼럼입력 :2020/06/10 14:53    수정: 2020/10/05 13:28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이다. 검찰의 자체 개혁방안 가운데 하나다. 수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있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검찰 행위가 편향되거나 의심스러울 경우 외부 전문가가 수사 구속 기소 등의 적정성(혹은 타당성)을 판단케 함으로써 사건 처리를 더 중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제도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완벽할 수만은 없다’는 전제 때문에 존재한다. 수사와 기소 또한 사람의 일이어서 편향되거나 부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특정 수사나 기소 과정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면 어떤 형태로든 견제되는 게 옳다. 그 제도적 장치 가운데 하나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인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한 이유도 그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시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현재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서 사실상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것과 삼성바이로직스 회계를 불법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 동기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서의 경영승계 때문이라 한다. 경영승계를 위해 지분율을 높이려고 이 부회장의 지시 하에 일사분란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지만 그 혐의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아는 것은 쉽지 않다. 수사 기간만 1년8개월이라 하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제출한 서류만 20만 페이지라 한다. 이 정도면 삼성의 경영 전반을 이 잡듯이 헤집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뒤졌다면 사실과 증거는 차고 넘칠 것이다. 검찰을 믿는다면, 삼성과 이 부회장으로서는 당연히 변명할 여지가 없어야 하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문제는 삼성과 이 부회장이 이 모든 걸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했다는 것이고 “삼성바이로직스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혐의에 대한 사실과 증거를 눈앞에 들이미는데도 삼성과 이 부회장이 철면피처럼 그걸 부정하고 있다고만 볼 수 있을까.

삼성과 이 부회장의 현재 스탠스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와 다르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 부회장 측은 범죄사실마저 부인하지는 않았다. 사실과 근거가 명확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정권의 압박에 못 견뎌서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호소했었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다른 걸까. 사실과 근거 아닐까.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범죄사실.

그게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그 때와 지금의 스탠스 차이가 아니겠느냐는 거다. 이번 건의 경우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지만 혐의의 실체적 진실을 알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생각도 그랬을지 모르겠다. 범죄 혐의가 명확하게 소명되지 않고 도주 위험이 없는 한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사실의 기록이 있다 해서 그것이 곧 구속사유일 수는 없었던 거다.

이 사건의 본질은 그래서 명확한 불법 사실에 대한 확인이라기보다 여러 사실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난해한 문제를 법률 비전문가들이 먼저 판단할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수사심의위원회에 참여할 사람들도 이 점 때문에 쉽지 않은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검찰과 삼성 양쪽도 이를 고려해 심의위원 설득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한 ‘시민의 상식’은 과연 이재용 부회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들은 또 이 문제를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대할 것인가.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을 듯하다. 먼저 검찰이 주장하는 사실 관계를 범죄 혐의의 소명으로 판단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경우 법률 적용의 형평성 차원에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죄 지으면 누구나 죄값을 받아야 한다는 상식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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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기에는 검찰이 제시한 사실 관계가 부족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다. 이들의 경우 사건 자체보다 그 배경과 파장을 더 고민할 듯하다. 그 일이 있기 전에 이미 경영승계가 완료된 이 부회장이 굳이 불법적으로 그 일을 해야 할 동기가 과연 있었는지, 혐의 확인이 불분명한데 법적으로 단죄부터 하는 것의 부작용이 얼마나 클지 등에 대한 고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듯하다.

쉽지 않은 판단이다. 단면만 보고 전체를 쉽게 규정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비즈니스가 그러하면 실패하기 쉽고, 법이 그러하면 오심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당하는 사람보다 결정하는 사람은 항상 이를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