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의 溫技] ‘상시 재택근무’ 가능 기업 주가 상승 시대

21세기적 노동 효율화

데스크 칼럼입력 :2020/05/22 16:16    수정: 2020/10/05 13:29

코로나19 이후 비대면(非對面)이란 말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그동안 대부분의 사회적 활동은 대면(對面) 중심으로 이뤄져왔지만 앞으로는 비대면의 영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과 노동에 그 변화가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비즈니스가 많은 기업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노동의 가치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커질 거라는 뜻이다.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대면 활동이 불가피한 사업의 경우 매출이 급속히 빠지는 반면 비대면으로 전환이 가능한 사업과 비대면 비즈니스를 도와주는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의 매출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보다 더 큰 폭으로 변하는 것은 주가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비대면 중심 비즈니스 기업의 향후 성장성에 대해 많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경향은 오래 지속될 듯하다. 짧은 유행이라기보다 21세기적 트렌드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비대면 중심 사업은 대부분 전통 사업이라기보다 4차산업혁명과 연관된 혁신 비즈니스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향후 추세적으로 성장할 분야였다. 그 점을 코로나19가 확인시켰다. 감염병 유행이 더 빈번해지고 기간 또한 길어진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게 한다.

미국의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원하는 직원에 대해 재택근무를 허용키로 한 것은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이 조치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단기 처방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기업 유형과 노동 방식을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이미 그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비대면 중심 비즈니스가 각광받는 근거는 ‘노동 유연성의 21세기적 재설계’에 있다. 기업의 최대 애로 중 하나는 원하는 만큼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 유연성은 여전히 20세기적이고 그것은 반드시 노동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비대면 중심 비즈니스는 이를 21세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기업과 노동자가 합의할 수 있는 여건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격근무와 비대면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는 노동에서 ‘지역’과 ‘시간’을 훨씬 더 해방시킨다. 지역과 시간은 노동자에게 비용을 키우면서도 판매처를 제한하는 족쇄다. 길이 막혀도 반드시 출퇴근을 해야 하고,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제한된 지역 내에서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탓이다. 이 족쇄를 풀면 노동은 더 유연해질 수 있다. 기업도 더 좋은 인재를 뽑을 기회가 커진다.

페이스북이 재택근무의 상시적·전면적 도입과 함께 원격 채용을 확대키로 한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페북의 비대면 비즈니스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그런 노동에 동의하는 인재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채용하겠다는 의미다. 노동에서 지역과 시간은 물론이고 언어까지 해방하는 조치가 될 지도 모른다. 어떤 일은 굳이 외국말을 못해도 큰 성과를 내는 게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까에 있다. 핵심은 비즈니스에서 대면 업무와 비대면 업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설계하느냐의 문제다. 어떤 비즈니스든 대면 업무를 100%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노동 생산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할 것이냐의 문제가 될 듯하다. 노동에 대한 시간관리보다 성과관리를 얼마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하느냐의 문제기도 하다.

비대면 사업과 재택근무의 활성화는 단지 기업 경쟁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쌓여왔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크게 기대되는 것은 도심의 분산이다. 한 공간에서 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모든 노동자가 도심으로 몰려들 필요 또한 줄어든다. 갈수록 가속화했던 도시집중화가 역방향으로 반전하며 그에 따른 문제가 풀릴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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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집값의 안정화는 그 중 첫 번째가 될 듯하다. 도심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남는 사무공간을 주거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를 더 사람 친화적으로 재설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퇴근에 따른 트래픽 문제와 자동차로 인한 환경 문제도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노동인구가 ‘저녁이 있는 삶’을 넘어 워라밸 (work-life balance)을 풍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작용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트렌드와 노동의 형태가 급변하면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노동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추세를 따르지 못한 노동의 급격한 소외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 문제가 대규모 사회혼란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노사정(勞 社政)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그 소통 활동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